‘등록문화재 제 292호 경주우안양수장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문화재청이 강동면 국당리에 있는 ‘우안양수장(국가지정 근대등록문화재 제292호)’ 외형의 복원이 끝나자 붙인 문화재간판이다. 말끔하게 단장돼있는 우안양수장은 그간 100년 세월동안 겪은 ‘외풍’으로 부식과 훼손으로 여러번의 붕괴우려에 대한 지적과 보수 촉구가 따랐지만 결국 완전 붕괴되기까지 신고(辛苦)를 면치 못했다. 경주에 있는 근대문화재의 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써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사례였다.
지난 10일, 외형건축물 복원공사가 종료됐다는 제보를 듣고 경주시 두 건의 근대등록문화재 중 하나였던 우안양수장 현장을 다녀왔다. 2016년 12월, 우안양수장의 양수장 기초 옹벽 해체 및 설치, 양수장 건물인 목조의 보수 등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현장을 다녀온 것에 이은 것이었다. 이 보수 공사는 2016년 9월부터 진행됐으며 한식목공 대목수, 한식석공(쌓기석공), 한식미장공 등 지명도가 높은 수리공들이 작업에 투입돼 있었다.
건축 방식 및 외양이나 목재재질, 기법 등을 기존의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원칙 아래 2015년 10월 완전 붕괴로 무너졌지만 설계 도면이 남아있고 보수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목소리였다.
이정희 현장 대리인은 “12월 날씨가 따뜻해서 무사고로 복원공사가 진척이 잘됐다. 외부 목재인 스기목도 건조율이 매우 양호한 상태여서 더욱 작업하기 좋았다. 일본식 판자조적식 건물을 한 채 통째로 복원한 근대문화재의 복원 사례는 흔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곳 터줏대감인 박원달 관리인은 “목재 자재와 외형의 칠도 거의 원형에 가까웠다. 창까지 세밀하게 복원이 되는 등 100여 년전의 외장을 그대로 복원해 기쁘다. 양수장 내부의 콘크리트 작업도 양수장을 오래전부터 보수하고 정비한 콘크리트 작업의 최고 권위자가 이번에도 참여해 손질을 했다”고 하면서 “그러나 양수기의 모든 기계를 작동시키는 ‘뿌레’와 전동기가 제 자리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양수기 모터에도 기름칠을 하는 등 정비가 시급하다. 아직 정비 일정조차 밝혀져있지 않다”고 했다. 박 씨는 인부들이 작업을 끝내고 가고 난 뒤, 새벽 한 두시에도 현장을 돌아볼 정도로 애착이 많았다.
경주시 문화재과 박준석 시공 담당자(공사감독관)는 “설계검토 등에 어려움이 다소 있었으나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위해 자주 점검을 해왔다”면서 “현재까진 양수장 건물외장 복원에 신경을 썼지만 양수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수기를 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 대책은 없으며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양수기를 정비하고 잘 보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우안양수장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현 양수장 부지를 형산강 정비사업계획에 따라 강에 편입할 계획이어서, 문화재청과 부산국토부, 농업개발공사가 협의를 해서 이건의 접점 지역 확보가 결정되면 양수기에 대한 정비가 확실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안양수장은 복원이 완성된 것일까. 양수장의 외장도 근대건축물로서 중요하지만 양수장의 정체성은 양수기다. 양수기 부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정비가 시급하며 제자리에 위치해 가동한다면 근대문화재로서 양수장을 견학할 수 있어서 살아있는 완전체 문화재로 역할 할 수 있다. 그래야 반쪽짜리 복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농민의 젖줄로 95년 세월을 버텨 온 우안양수장은 1919년 4월 일제강점기에 형산강 물을 양수해 연일지역 들판에 농업용수를 관개하는 목적으로 설치됐으며 당시 목재비늘판벽으로 마감된 목재건물이었으며 1928년 설치된 양수기가 현재까지 보관돼 있다. 당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독일산 모터를 일본이 기술제휴한 이 양수기는 증기기관배의 엔진만큼 강력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령 양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