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본지는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내고 2017년 새해를 맞아 지역 단체장들을 차례로 만나 지난해 성과와 신년 계획, 소감 등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두 번째로 박승직 경주시의회 의장을 만나 올해 의정계획과 의회 운영 방안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시의회의장실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편집자주
“집행부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지방의회의 가장 기본인 감시와 견제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
“집행부와 시의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똑같다. 바로 지역발전과 시민복리증진으로, 이를 위해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면서 집행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기초지방의원의 선거제가 중선거구제로 같은 지역구에 2~3명의 의원이 선출돼 상호 불협화음이 나오는 등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소선거구제 또는 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전환이 필요하다”
박승직 경주시의회 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문제점 등 평소 속에 담아뒀던 말을 쏟아냈다. 특히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건립 관련 문제를 비롯해 집행부의 추진 사업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최근 자원봉사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며 시의회를 비판하고 나선데 대해 센터가 필요한 시설임은 인정하지만, 그 절차는 잘못된 점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의장은 지난 7월 1일 임기 2년의 제7대 경주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해 6개월 여 동안 경주시의회를 이끌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먼저 경주시민에게 신년인사부터 한 말씀?
희망찬 2017년 정유년 새해 경주시민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주시의회에 보내주신 시민여러분들의 성원과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2016년 사상 유래 없는 큰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시민모두가 힘든 한해였지만 시민여러분들의 용기와 슬기롭고 현명한 대처로 잘 이겨냈습니다. 2017년 정유년에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같이 시민을 대표하는 참된 봉사자로서 경주의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앞장서고 힘겨워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경주시의회가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시민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뤄지는 보람찬 한해가 되길 기원드립니다.
-지난해 의정활동 성과가 있다면?
지난해 경주시의 현안사항과 각종 사업을 입안 단계부터 심도 있는 점검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사업 효율성과 시정 투명성 확보에 노력했다. 정례회 및 임시회 운영 중 총 169건의 안건을 심사해 조례 122건, 일반안건 43건, 예산안을 4회 심사하고, 시정에 관한 질문 10명의 의원이 26건에 대해 질의했다. 상임 및 특별위원회 활동으로 총 회의개최 64회 306건을 심사해 처리했다. 또한 간담회를 정례화해 의장단 간담회, 전체의원간담회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 총 40회, 160건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특히 조례정비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그동안 상위법에 저촉 또는 맞지 않거나, 각종 위원회 위원 임기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전체 조례를 발췌해 현실에 맞게끔 정비 중에 있다. 이는 경북도내 시·군의회 중 경주가 유일하게 운영하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사례로 12일 봉화군의회가 경주시의회 조례정비특별위 운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장을 비롯해 의원, 사무국 직원 등이 견학차 방문할 예정이다.
-경주시의회가 타 시·군 의회와 비교해 장점이 있다면?
의회 선진화가 차별화된 장점이다. 개개인의 의원 역량이 강화됐고, 의사를 결정하는 절차가 타 시·군보다 민주화돼있다.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각 상임위원회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상임위 의결 안건에 대해 본회의에서 별다른 토론 등이 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로 돼있다. 그러나 경주시의회는 본회의장에서도 상임위 의결사항에 대해 토론하고 표결까지 하는 등 상당히 활발하고 선진화돼있다. 또 의장단 선거 역시 도내 시·군의회는 모두 교황식 선거로 선출하지만 경주시의회만은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후보들이 먼저 후보등록한 뒤 정견발표 등 절차를 거쳐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있다. 민주적인 의장단 선출 방식을 채택·운영해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올해 경주시의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기본적으로 집행부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정·사업 등에 대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에 치중하다 보면 업무수행이 소극적이고 피동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의회와 집행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해야하는 협력적 관계인만큼 비판만 하기 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선진의회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제7대 후반기 시의장 취임 6개월 동안 지진, 태풍 등 생각지도 못한 자연재난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많았다. 유례없는 강진에도 인명피해 없이 극복한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침체된 관광경기를 예년과 같이 회복하려면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문화관광분야에서 의회가 국민안전처에서 내린 안전 평가를 토대로 경상북도 나아가 전국의 기관과 시민을 상대로 관광홍보를 적극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복원사업 등 거대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지만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석기 국회의원도 특별법 제정 위해 노력 중인데 이를 위해 의회도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현재 집행부 추진 사업 중 의회와 상충하는 것이 있다면?
경주시시설관리공단 등 오랜 시간을 끌었던 사업들이 지난해 의회에서 승인된 바 있다. 현재는 복합스포츠단지 건립과 에너지과학연구단지 기반조성 등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향후 운영비 등의 문제로 집행부와 많은 토론이 있었다. 물론 경주시 재정이 충분하다면 필요한 시설 모두 건립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다. 반면 과거 경주화백컨벤션센터 개관 후 운영비 부분에서 적자가 예상돼 많은 논란도 있었지만, 마이스산업을 통해 도시브랜드가 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이처럼 의회가 부정적인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노후화된 시민운동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과 에너지과학연구단지 조성 후 도심권과 연결해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의원들 간 불협화음도 있는데···?
과거와 달리 개인 중심으로 많이 가고 있다. 다선 의원이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따르는 분위기에서 이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보다도 기초지방의원 선거구제가 의원들 간 화합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행 같은 지역구에 시의원이 많게는 3명까지 선출되는 중선거구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늘 경쟁하는 구도로 의회 내에서 아무리 옳은 발언을 해도 싫어하는 풍토가 저변에 깔려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 현행 기초의원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 또는 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기초의원 공천제도 폐지돼야 한다.
-최근 종합자원봉사센터 건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건립을 위해 경주시가 상정한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이 지난해 12월 열린 제219회 제2차 정례회 문화행정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집행부의 이 계획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많은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 내용에는 센터 건립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규모, 장소 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경북 도내 센터 건립 현황을 파악한 결과 자체 센터가 있는 곳은 4곳이고, 그 중 가장 큰 곳은 포항에서 80여 평 규모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자원봉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원 실명까지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센터 건립과 관련해 의회에 설명하고, 의회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제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했었다.
물론 지역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더 좋은 보금자리 마련해 더 나은 여건에서 봉사활동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의회도 이런 점을 충분히 알고 경주시의 상황과 여러 여건에 맞는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이 같은 심의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센터가 적절한 장소에 시민들이 봤을 때 수용할 수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건립해 봉사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역할을 하겠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직접민주주의가 어려우니 시민들이 시의원을 선출해 지역발전과 시민복리증진을 위한 일을 맡겨준 것이다. 올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27년째를 맞았고, 그동안 경주시의회도 많은 개혁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시민여러분들이 신뢰와 격려해주신 덕분에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의회가 사안별로 시민들로부터 비평을 받기도 하지만, 올해는 생활 현장에서 숨결을 같이 느끼면서 지역발전과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시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