鬼拱神扶壓帝京(귀공신부압제경)
귀신의 도움으로 황제의 수도를 위압하니
輝煌金碧動飛甍(휘황금벽동비맹)
휘황찬란한 금색과 청색 날아오를 듯한 용마루라.
登臨何啻九韓伏(등림하시구한복)
올라가 굽어보니 어찌 구한만 복종하랴.
始覺乾坤特地平(시각건곤특지평)
천하가 유달리 태평함을 이제야 알겠네.
황룡사 9층목탑에 대한 일연스님의 찬시이다. 황룡사 구층탑은 이곳 중금당에 모셨던 장륙존상 및 진평왕의 옥대와 더불어 신라 삼보의 하나였다.
『삼국유사』 「탑상」편에 의하면 선덕여왕 때에 자장법사가 중국 유학 중에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너희 나라 왕은 바로 천축의 찰리종족의 왕으로 이미 불기(佛記)를 받았다. 그러므로 특별한 인연이 있으므로 동쪽의 오랑캐나 야만족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산천이 험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성격이 거칠고 사나우며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아 때때로 하늘의 신이 재앙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법문을 많이 들은 비구스님이 나라 안에 있기 때문에 임금과 신하들이 편안하고 백성이 평화로운 것이다.”
말을 끝내자 문수보살은 곧 사라졌다. 이에 자장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물러갔다. 위 문수보살의 이야기 중 천축은 오늘의 인도이고 찰리종은 왕족이나 무사계급이다.
어느 날 자장법사가 중국 태화지(太和池)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신인이 나타나 물었다.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소?”
“깨달음을 구하려고 왔습니다.”
이에 신인이 예를 갖추어 절을 하고 다시 물었다.
“그대의 나라에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소?”
“우리나라는 북쪽으로 말갈과 이어져 있고 남쪽으로는 왜국과 인접해 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가 번갈아 국경을 침범하여 이웃나라의 도적들이 맘대로 돌아다닙니다. 이것이 백성들의 걱정입니다.”
“지금 그대 나라는 여자가 왕위에 있으니 덕은 있지만 위엄이 없구려. 그래서 이웃나라가 침략을 꾀하고 있는 것이오. 그대는 빨리 돌아가야만 하오.”
이에 자장이 다시 물었다.
“고국에 돌아가서 어떤 이로운 일을 해야 합니까?”
“황룡사의 불법을 수호하는 용이 바로 나의 맏아들이오. 범천왕의 명을 받고 가서 그 절을 보호하고 있소이다. 고국에 돌아가거든 절 안에 9층탑을 세우시오. 그러면 이웃나라들이 항복할 것이고 구한(九韓)이 와서 조공할 것이며 왕업이 길이 편안할 것이오. 탑을 세운 후에는 팔관회를 열고 죄인을 용서하여 풀어주면, 외적이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나를 위해 서울 인근 남쪽 언덕에 절 하나를 지어 내 복을 빌어준다면 나 또한 그 은덕에 보답할 것이오.”
신인은 말을 마치자 드디어 옥을 받들어 바친 후에 홀연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찰연기 설화와 절터에 남아있는 유적 등으로 미루어볼 때 황룡사는 신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찰이었음에 틀림없다.
진흥왕 때에는 전사한 사졸들의 명복을 비는 팔관회를 7일 동안 이곳에서 거행한 것을 비롯하여 진평왕 이후 여러 차례 백고좌를 행하였고, 또 성덕대왕신종 명문과 황룡사9층목탑 찰주본기에 의하면 성전사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