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와 지역,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국 양계농장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가 큰 위기에 빠졌다. 지난 28일 현재 전국적으로 살처분한 닭과 오리는 2700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알 낳는 닭인 산란계는 전체 사육 규모 대비 29.1%가 매몰 처분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주는 지난 19일 강동면 국당리에서 채취한 철새 배설물에서 발견된 AI로 인해 초긴장 상태였으나 28일 저병원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지만 여전히 경계의 끈은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AI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마나 경주는 아직 고병원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근 양산지역까지 확산된 AI는 경주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형산강 일대는 철새들이 많이 드나드는 지역으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주시는 지난 19일부터 소규모 농장에서 키우는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역 내 100마리 미만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 소규모 농가 170곳을 대상으로 닭·오리 등 1만 마리를 처분하는 극약처방을 하고 있다. 경주시의 이 같은 조치는 소규모 농가의 경우 축사 내부가 아닌 방목으로 AI에 감염된 야생조류와 접촉이 쉽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규모 농가에 대한 AI방역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경주는 240여 가구에서 닭 210여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역이다. 철새들이 많이 드나드는 형산강 일대 주변 10km 이내에만 닭 70여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중 천북면 희망농원은 좁은 지역, 좁은 축사에 46여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밀집지역이다. 특히 희망농원은 지역 최대 양계단지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지어진 대부분 오래된 축사에다 집단적으로 몰려 있고 무허가 건물이 많아 AI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지 취재 결과 경주시가 희망농원 입구를 드나드는 차량의 소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의 비협조로 전체 소독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AI를 예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AI는 행정의 철저한 예찰과 소독으로도 확산을 막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민들이나 양계업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막기란 더더욱 어렵다. AI의 피해를 줄이려면 행정의 발 빠른 예찰과 소독 등의 예방활동, 깨끗한 살처분을 통한 2차 피해 방지, 양계농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양계장 환경개선 등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아직 경주를 비롯한 경북일대는 AI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항시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고 AI방지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