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규범이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새로운 법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법을 또 만들 수가 있어야 한다.
오천만이 넘는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를, 단 한 사람 혹은 그 사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불과 몇 사람들에 의해 나라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측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국가적 집단 피해가 발생되었는데도, 현행법상으로는 범인에게 기껏해야 수 년 정도의 징역형이 예상된다고들 한다. 그리고 평생 변변한 기업 활동조차 없이, 알 수 없는 방법만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아름다운 우리 자유민주주의 법상 그런 재산을 몰수할 법적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지를 않는가 !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지금까지 어떤 흉악범죄자보다 더 큰 공적인 피해를 발생시킨 범인이, 가난한 독거노인들의 방보다 더 뜨듯한 방에 몇년만 면벽참선하고 있다가 유럽으로 날라가, 그 어마어마한 부로 안티에이징 시술까지 받아가며 호화롭게 여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그 간(肝) 큰 여인이 온 국민에게 끼친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생각하면 십만년의 중형도 부족하련만, 참으로 뻔뻔하게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함으로, 또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엄청난 국력을 소모해가며 그녀의 범죄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단다.
법은 징악으로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어떤 법이라도 시작할 때는 초유의 것이었을테니까, 초유의 범죄에는 초유의 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농단에 관한 처벌법이 없다면, ‘국정농단’이라는 법률 용어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즉시 국정농단에 관한 특별법을 새로 제정해서라도 죄 지은 자들 모두가 그 죄가(罪價)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며, 정당한 치부과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그들의 재산은 단 한 푼도 남김없이 전액 몰수하여 국고로 환수되어야 옳지 않겠는가? 민주국가의 대의 입법기관과 사법부가 이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런 기관들의 존재가치는 재고될 수밖에 없다. 범죄 사실이 없는 사람은 인멸해야 할 증거가 있을 리 없음으로, 증거인멸 행위 자체가 범죄 입증이 아닌가?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만든 성문법(成文法) 이전에 자연법이다. 국정농단이라는 결과는 있는데, 원인 행위를 부정하는 궤변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차제에 권력형 비리에는 그 처벌법을 확대 해석 적용하고, 또 가중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법치를 떠난 인치(人治)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는 헌법도 재고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없었다면 법은 만들어 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성문법의 존재 목적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함인데, 본래 목적에 반(反)하는 법리(法理)란 모순이며, 수단이 목적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국정농단 같은 범인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범법유무(犯法有無) 법리공방(法理攻防) 이전에, 행위 결과에 따른 과실부분만으로도 처벌 근거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전혀 고의성이 없는 업무상 과실죄를 실제로 처벌하는 이유가 바로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법은 이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행(行)함의 결과’에 그 존재가치가 인정된다. 정확히 말하면 법의 맹점은 성문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 해석의 오류이고 집행자의 분별력이 만든 허점일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