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문중회의는/ 기름 자르르 햇쌀밥에/ 툭사발이 추어탕 한 그릇 뚝딱/ 옹가지 남실남실 막걸리 부어놓고/ 금간 바가지 띄워두면 짠지가 지맛이지/ 피안 할배도 송천 아재도 난오 형님도/ 어느새 단풍 들었나/ 배추쟁이 문서 다 찢어버리고/ 올 농사 숭년들었다 안 카나/ 멱살잡고 한바탕 난리벅구통 나면/ 잔정 많은 왜관 아재/ 우사스럽게 집안 끼리 와이카노/ 고마 됐다, 그 한 마디에/ 그렇게 그렇게 파장이 나고//’
-박진형 시인의 시, ‘고마됐다’ 중에서(‘경주말의 보존과 활용’에 실림).
‘경주말’은 가장 매력적인 신라의 문화유산이다. 겨레말의 뿌리요, 한국어의 바탕으로서 경주말을 제대로 조명하고, 현재 경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주말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정보, 시사적인 문제와 경주말의 방향 제시까지 한 권에 집대성하고 있는 단행본이 출간됐다. 경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가 발행(나정문화사 제작, 269P)하고 표지글씨는 덕봉 정수암 선생이 쓴 ‘경주말의 보존과 활용’이 그것이다.
경주말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활용이다. 따라서 향토문화연구소에서는 이 책을 발행하기에 앞서, 2016 신라문화제 행사로 경주사투리 경연대회와 경주말 관련 출판 사업을 기획하면서 경주 연극협회와 함께 지난 10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제1회 경주말 겨루기 한마당’을 개최했으며 연구소 단독으로 11월 ‘경주말[語]의 보존과 활용방안’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두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경주말의 보존과 활용 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경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 강석근 소장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약 300년 동안 신라어는 한반도의 중심 언어였고, 신라문화의 정수였다. 그러나 고려 때부터 신라어는 지방어로 격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현대에서 신라어는 국어사 연구의 주요자원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지만, 경주말이 한국어의 뿌리이고, 경주말 탐구가 신라문화의 진수를 연구하는 작업이라는 점은 거의 간과되어 왔다”고 전제하면서 “신라말이 곧 경주말은 아니지만 신라말이 현대 한국어의 근원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경주말에는 신라어 본래의 모습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했다.
또 “요즘에는 경주사투리라 부르지 않고 경주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표준말은 우수하고 사투리는 열등하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주말에서는 토속어와 방언의 어휘도 중요하지만, 보다 의미가 큰 것은 억양과 정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제1회 경주말 겨루기 한마당’에서 입상한 수상자들의 원고다. 둘째는 연구물로서 경주말의 조사・연구・보존·활용의 장기적 방안을 제시한논문과 40년간 경주말의 채록과 연구에 헌신하신 경주말 연구가 김주석 선생의 업적을 평가한 논문이며, 아울러 경주말과 경주지명을 스토리텔링한 사례를 다룬 논문들을 실었다. 셋째는 경주말 자료집으로서 고 박목월, 박진형 시인의 ‘경주사투리 시’, 김주석 선생이 채록한 ‘재미난 경주속담, 경주말, 정만서 이야기’, 한기철 선생이 연재했던 ‘특이한 경주말들’, 권순채 선생이 오랫동안 채록했던 ‘내남면 망성1리 지명 유래’등이 실려 있다.
이들 자료는 경주말의 연구와 활용에 매우 긴요한 자료들로써 경주시민이 경주말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주문화원측은 이 책 발행을 즈음해 1월 중하순경 출판 기념회를 준비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