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이 재조명되고 있는 요즈음 옻칠과 나전(螺鈿)에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전시가 새해를 맞이해 갤러리 라우에서 펼쳐진다.
‘채림 작가 전(1월3일~1월31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세밀하고 반복적이며 공정이 까다로워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전칠기가 시대와 유행에 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나전의 독창적 아름다움은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옻칠은 오랜 시간 동양 여러 나라에서 해왔지만, 옻칠과 자개를 결합한 나전칠기는 우리나라가 발전시킨 찬란한 공예기법이다. 한국은 나전칠기법이 발달했는데 나전은 나무표면에 새긴 문양을 따라 전복이나 소라껍질을 붙이고 옻칠로 장식하는 전통 목공예 기법이다. 채림 작가의 작품들은 평면적이지만 입체적이고, 전통스럽지만 현대적이다. 개성있는 채림 작가의 작품은 전통 나전칠기 기법이 도안된 자개에 아교칠을 해서 인두로 지져 붙이는 ‘자개붙임’을 하는것에서, 자개들을 옻판위에 실버 난집으로 잡아 표현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 기법은 생칠, 흑칠, 채칠, 습칠과 반복된 갈기와 경화, 광내기 등 40여 공정의 전통 옻칠 작업을 끝낸 뒤, 그 위에 십장생 문양으로 깎은 자개를 보석 셋팅 기법으로 한 개씩 발을 잡아 옻칠위에 공간을 주고 자개 조각조각을 띄우는 기법이다. 호수에 산과 사물이 비쳐지듯이 거울처럼 반사하는 옻칠위에 자개들의 그림자가 반영돼 또 다른 투영을 보여준다.
채 작가는 “이 작품들이 천정 높은 프랑스 ‘그랑빨레’에 전시 됐을 때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속에 비춰진 그랑팔레 천정의 멋진 투영을 잊을 수 없다. 41번의 옻칠 공정으로 탄생된 옻판 캔버스에 십장생문양의 실버와 자개로 만든 전통 문양들을 드릴로 구멍을 뚫어 고정시켜야 정교한 작업이 완성된다”면서 회화인듯 조각 같은 복합적 예술 작품인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자연의 선물인 옻에 시간과 반복적인 노력을 더해 빛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옻칠. 칠하고 경화하고 갈아내는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옻칠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입체적인 자개가 더해지면 빛과 조명의 각도에 따라 오묘한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우갤러리 송 휘 관장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채림 작가를 통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전통 문화를 엿보며 우리 전통 문화의 계승과 발전의 필요성을 더 많이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 의의를 전했다.
채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이화여대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전시회에 참가하는가 하면 2016 제15회 국제주얼리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