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16년 올 한 해를 보내며 팍팍하고 고단한 세상에 독자들을 감화시키고 공감케했던 인터뷰이 3명을 나름대로 뽑아보았다. 이번 선정 기준은 딱히 없다. 그들에 대한 기억과 순정한 ‘느낌’에만 의존했다. 한 해 동안 기자는 많은 취재원들을 수시로 만난다. 시의성과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파악과 취재원의 신뢰도는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취재원이 정해지면 기자 명함을 내밀며 인터뷰이와 시선을 교차한다. 그들 삶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선 취재원을 일단 안심시키고나서 그들을 부드럽게 압도하기 위해 애쓴다. 일정한 리듬으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기자의 일상에서 각기 다른 일과 상황에 있는 취재원을 만나는 것은 신선한 자극제다. 아마도 기자직을 계속 할 수 있는 동력의 핵심인 듯하다.
기자는 문화부기자여서 대개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예술가들은 전형적으로 끼가 넘치고 재기발랄하며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도 더러 있다. 그들과는 소위 ‘기 싸움’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똑바로 눈을 쏘아 본다던가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등이 그렇다. 힘들고 까다로운 인터뷰 끝에 에너지가 다 소진돼 버리는듯한 경험도 가끔 한다. 인터뷰 욕심이 간절할수록 인터뷰 성사가 어렵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원칙인 듯하다. 고생 끝에 정성을 들여 따낸 인터뷰는 그래서 달디 달다.
인터뷰 기사는 자칫 ‘드라이’하기 쉬워 까다롭다. 한 인물을 파악해서 취재원과 독자의 호응(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사의 전형을 다소 무너뜨리기도 한다. 트렌디한 표현과 구어체적 문체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기사는 취재원의 메시지를 받아쓰는데서 만족하기보다는 깊이있게 해석해 내놓아야 한다. 그럴려면 구체적이고 때로는 당황스런(공격적인) 질문도 준비해야한다. 적극적인 질문 공세 끝에 재미난 기사가 얻어진다.
그들에 대한 사전 정보와 기본적인 공부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대가들일수록 ‘공부’를 많이 해가야 환영 받는다. 취재원을 보호해가면서 적극적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것은 만만치 않다. 대략 올 한 해 만났던 이들을 정리해보니 대개는 평범한 소시민들과 예술인들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생각났지만 그 중에서 기자가 뽑은 3인은 윤광주 현대도예작가, 이소윤 스토리텔링작가, 경주 화단의 살아있는 자존심인 조희수 화백을 꼽을 수 있었다.
올해 가장 인상깊었던 인터뷰이는 경주 안강읍 자옥산과 도덕산 자락 바람골에 칩거하며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세계적 현대도예가 윤광조(70) 선생이다. 흔한 조수도 두지 않고 청소부터 흙 만지고 불가마에서 굽는 일까지 오롯하게 혼자 해내는 이 비범한 대가는 예술 전반과 사회를 비평하며 기자를 시종 긴장케했다. 당신에 대한 철저한 ‘학습’을 강조했고 취재 전부터 그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갔음에도 조금의 허점에도 비수같이 날카롭게 지적해,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자도 밀리지 않으려 애쓰며 더욱 질문에 정성을 들였고 경청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선생과는 ‘절친’이 되어 지금껏 교류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분은 인터뷰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경주 근·현대 미술계 산증인인 조희수 선생이다. 자택을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드렸으나 단촐하게 전시한다는 것 정도만 조용하게 보도해달라는 선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짧은 인터뷰로 만족해야했지만 기사가 나간 뒤 선생은 더욱 살뜰하게 기자를 인정해 주셨다. 배동 자택을 찾으며 평소 맥주를 즐기신다는 말을 듣고 사들고 간 맥주 한 잔을 기분좋게 함께 마시면서 조심스럽고도 영광스럽게 조희수 화백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던 기억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경주 서양화단의 최고 작가로서 우리 지역, 우리시대 소중한 원로예술인으로 지위와 위상, 혹은 사회적 역할은 지대한데 비해, 선생은 한사코 말씀을 아끼고 몸을 낮췄다.
마지막 선정자는 국내 최고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컨설턴터인 이소윤 작가다. 그는 경주가 상처받은 세계인의 생의 ‘버킷리스트’가 될 날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한 이다. 30여 년간 수많은 방송 다큐 작가 및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윤 작가는 다수의 다큐 제작으로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세계적인 통찰력을 가지게 됐다면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도시가 바로 ‘경주’라고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던 이여서 울림이 컸던 이였다.
취재원을 많이 가진 기자는 부자다. 전 한겨례신문 안수찬 기자는 ‘취재원이 많은 기자는 수십, 수백개의 겹눈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만큼 다양한 취재원의 확보는 기자의 가장 큰 재산이라는 의미다. 오늘도 기자는 양질의 먹잇감(인터뷰이)을 찾아 어슬렁댄다. 거칠고 재미없는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봄비’같은 인터뷰이를 2017년에는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