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숙원사업인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 건립여부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경주시의회 제219회 제2차 정례회 문화행정위원회에서 경주시가 상정한 2017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건립)이 부결됐기 때문. 부결에 따라 지난 13일 열린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7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일단은 경주시의회가 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모양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센터 건립의 필요성은 시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 하지만 경주시의 건립계획에 대한 다수의 시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상정안건이 부결돼 향후 의견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센터건립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평생학습문화센터의 추가 증축 또는 동 통폐합에 따른 기존 주민센터 내 사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주시는 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에 따른 자원봉사 인원 및 업무량 증가와 자원봉사 역량, 분야 확대에 따른 다양한 자원봉사를 위해 센터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법인 설립 후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지만, 연간 임차료 부담(보증금 1억원, 연간 3000만원)과 비좁고 열악한 시설로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저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용강동 용황택지지구 내 부지 762.5㎡에 연면적 1320㎡, 4층 규모의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으로, 이곳 부지매입을 위해 이번에 안건을 상정했다.
시에 따르면 건립 예산은 부지매입비 3억7000만원, 설계 및 공사비 25억7800만원, 감리용역비 및 부대시설비 5200만원 등 총 30억원(국비 7억원, 시비 23억원).
센터 내에는 휴게실, 재료실, 사무실, 소회의실, 다목적 프로그램실, 강당 등을 갖추고 내년 연말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센터 건립을 통해 강의실, 회의실 등을 갖추고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능력제고와 교육으로 복지향상, 공동체와의 소통 강화 등이 가능하다”며 “특히 자원봉사활동의 영역 확대와 양질의 자원봉사 등이 가능해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시민 복지 향상과 지원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 통합 추진하는 컨트롤 파원 마련해야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간담회에 이어 2일 열린 안건 심의에서도 경주시의 센터건립 방향에 대해 지적을 쏟아냈다. 현재 경주시의 재정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점, 향후 운영비 부담 등이 주된 사유였다.
김영희 의원은 “경주시노인복지회관과 평생학습센터 등이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센터까지 건립을 추진하면 많은 예산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향후 상당한 운영비를 부담하게 된다”면서 “센터 건립이 필요는 하지만 자원봉사는 대부분 찾아가는 활동으로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현주 의원도 “센터 역할이 경주시새마을회 등 여러 단체와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단체들도 많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만큼 센터 건립은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호대 의원은 경주시의 건립 계획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집행부를 질타했다.
서 의원은 경주시평생학습센터, 종합자원봉사센터, 노인복지회관 등의 건립 추진을 나열하면서 “경주시 여러 부서에서 각각 추진하는 사업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한 예산 낭비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행부가 이들 사업들을 통합해 추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전체를 아울러 다목적으로 건립해 운영하는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목적만을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자원봉사센터 따로, 평생학습센터 따로 건립하고 있어 열악한 경주시 재정에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서 의원은 “현재 건립 중인 평생학습문화센터 건물에 센터를 추가 증축하는 등 이들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건립비용이 상당히 절감된다”면서 “향후 평생학습센터와 자원봉사센터 이용률 또한 높아지는 등 상당한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 황오동사무소 등도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고, 자원봉사자 교육은 서라벌문화회관에서 많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서 의원은 “황성동으로 이전한 경주시새마을회관 역시 현재 회원들이 거리상 문제로 불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다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이용이 편리한 도심 가까이에 건립해 센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의회의 예산 절감 등을 위한 입장이 명확한 만큼 향후 경주시의 대안 마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센터 건립은 자원봉사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에 의해 추진됐다”며 “친절한 경자씨 등이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경주시의 위상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시의회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