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8일, 경주시 두 건의 근대등록문화재 중 하나였던 ‘우안양수장(근대등록문화재 제292호)’이 본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의 촉구에도 보수를 지연시키다가 제자리에서 붕괴돼 몽땅 내려앉았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지난 6일,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강동면 국당리 우안양수장 현장을 다녀왔다. 그날은 지붕 개판 작업 중이었다. 현재 보수공사내용으로는 양수장 기초 옹벽 해체 및 설치, 양수장 건물인 목조의 보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보수 공사는 지난 9월부터 진행됐으며 한식목공 대목수, 한식석공(쌓기석공), 한식미장공 등 지명도가 높은 수리공들이 작업에 투입돼 있었다. 현장에는 스기목 고유의 향이 진동하고 있었는데, 폐목재는 문화재청이 전부 수거해 가서 폐기했다고 한다. 양수기는 녹이 슨 채로 그대로였다. 현장에서는 건축 방식 및 외양이나 목재재질, 기법 등을 기존의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기본 원칙은 원형의 유지다. 무너졌지만 설계 도면이 남아있고 보수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농민의 젖줄로 95년 세월을 버텨 온 우안양수장은 1919년 4월 일제강점기에 형산강 물을 양수해 연일지역 들판에 농업용수를 관개하는 목적으로 설치됐으며 당시 목재비늘판벽으로 마감된 목재건물과 1928년 설치된 양수기가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다. 당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독일산 모터를 일본이 기술제휴한 이 양수기는 증기기관배의 엔진만큼 강력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령 양수기다. 43년째 이 양수장을 관리해 온 산증인인 박원달 관리인은 “3일에 한 번 정도 문화재청에서 수시로 이곳을 다녀가면서 점검합니다. 양수기도 일단 내부에 임시로 보관 중이지만 무너지면서 기계도 굽어졌어요. 건축물만 예산에 반영돼 있어 양수기는 아직 손질을 못하고 있습니다. 부식이 심해져가는 양수기의 소중한 가치도 빨리 반영돼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박씨는 문화재청에서 향후 양수기 이건과 양수기 분해나 조립시에도 자문역할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이정희 현장대리인은 “현재 전체적으로 80%정도 공사 진척중입니다. 뼈대와 지붕이 다 올라간 상태이고 외부 판벽만 붙이면 외형은 거의 완료됩니다. 건물을 지지하는 바닥재는 건축물을 더욱 안전하게 지지시키기 위해 철강을 보강해 더욱 견고하게 강화시켰습니다. 양수기를 보관하는 내부 시멘트 균열은 미장 작업을 해야 하고 주변의 정리 작업 등을 남겨 두고 있지요”라면서 앞으로 15여 일 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적산스기목의 경우 워낙 무른 재질이다 보니, 내구성이 더욱 강한 북미산 스기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계는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 건축 설계팀과 문화재 보수팀이 맡아 하고 있습니다” 다행한것은 양수장이 무너지기 전에 실측을 끝낸 상태였고 안보이는 부분은 부재가 다 찢어지기는 했지만 맞춤 자리가 그대로 있어 원형대로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기존의 폐자재는 건물이 붕괴되다보니 보존할 수 없을 만큼 파손 및 훼손이 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너진 목재를 인력으로 수습할 수 없어 장비로 수습하다보니 더욱 파손이 심해졌다고 한다. 이정희 현장 대리인은 “큰 부재들도 찢어지고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더욱 부서져 버렸습니다. 건축물이 무너지기 전, 해체복원 수순을 밟았다면 지붕 트러스(삼각형 지붕 물매를 갖추는 구조) 목구조 부분 등은 고스란히 재사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향후 이건 시 기존에 못을 박아 목재를 고정한 것에서 목재간 피스로 고정을 시켜 목재 손상이 전혀 없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며 이건시에도 목재 손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현 양수장 부지를 형산강 정비사업계획에 따라 강에 편입할 계획이어서 이곳에 우안양수장을 복원한 뒤, 부산국토부의 사업이 가시화 될 경우 이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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