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사랑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 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본지 1247호(올해 6월 24일자) ‘경주공감’에 소개됐던 김재형(19) 군이 2017학년도 연세대 산업디자인학과 수시 모집에서 최종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2016 오토디자인 어워드’에서 부산광역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 군은 인문계열인 경주고에 진학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으나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다가 지난해 2학년때 학교를 스스로 중단하는 용단을 내린다. 어렸을 적부터 간절하게 꿈꿔 온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열정만으로 내린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고, 그 이후의 행보는 더욱 책임과 고민이 따랐을 터다. 정상적인 과정과 궤도를 밟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세간의 이목도 어린 김 군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착실한 대안을 강구해 결코 무모하지 않았던 김 군의 진가와 열정을 연세대 측에서 높이 평가하고 인정해 준 것은 합격의 진가를 더욱 배가시키는 대목이다.
미래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대박’을 낼 인재라는 예감이 들었다면 섣부른 예단일까? 여전히 ‘아름다운 청년’인 김 군을 만났다. 지금의 쾌거를 일궈 낸 김 군의 범상치 않은 집념과 노력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보았다. 진지하고 명확하게 앞날을 설계하는 김 군과의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은 ‘순수한 열정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공감이었다.
-연세대 수시 합격한 소감은? 합격하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을 텐데 어떤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추었나요?
기뻤죠. 보상을 받는 듯 했습니다. 다른 학교에도 지원했지만 이 학교가 가장 준비가 많이 필요한 대학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그동안 그려오고 활동한 기록들을 편집하고 정리하며 많은 시간도 보내고, 또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해결해나가며 아버지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 스스로에겐 여태 활동한 것들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한편으론, 제가 목표하는 제 모습은 어떤 ‘소속’ 이전에 제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입학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기분 좋은 과정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되도록 많은 부분을 신경 쓰려 했지만, 가장 많은 손길이 간 부분은 역시 포트폴리오였습니다. 제가 공모전에 참여하며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와 개인적인 프로젝트, 학교를 그만둔 뒤 독일에서의 활동과 국내에서의 경험 등을 중심으로 기록했습니다. 결국 제가 보여드리고자 했던 것은 ‘한 분야에 대한 꾸준한 열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고 남들과 다르다면 다른 길이지만, 저만의 걸음걸이로 나름 애써왔음을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명문고를 자퇴한 것에 대해 대안 책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대학입시에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나요?
몇 몇 학교엔 수시로 지원이 불가능한 것처럼 약간의 한계가 있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케이스이기에 좀 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고등학교 자퇴는 저를 위한 선택이었기에 괜찮았습니다. 당시 적응해보려 애쓰기도 했고, 다양한 길을 찾기도 하며 방황과 고민 끝에 내렸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회상해보면 그 결정 이후에도 방황과 어려움, 도전과 성취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긍정적으로 노력해나가려 합니다. 그것이 여태 겪은 과정을 통해 배운 자세인 것 같습니다.
-독일여행에서의 성과들, 2016오토디자인어워드 참가 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독일여행에서는 주체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원한다면, 제가 당연히 직접 부딪히며 해내야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게 ‘주체성’이란 무엇인지 넌즈시 알려줬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박물관들과 다양한 미술관 등을 구경할 수 있었고, 독일 미술대학 교수님들과 다양한 유학생들에게 직접 제 모든 그림들을 들고 가 공유하며 뵐 수 있었습니다. 어학원과 함께 홈스테이로 독일 가정집에서 지내며 ‘독일이란 어떤 나라인가’ 깊이 느끼며 제 속에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줄곧 지냈던 쌀쌀한 뮌스터를 떠올리면 형용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이 피어오릅니다.
2016오토디자인어워드는 제가 꿈에 그리던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자율주행기술’이 주제였으며, 그 덕분에 단순히 자동차 겉모습을 스타일링하기보다는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컨셉은 ‘야간 무인 고속 택시’였고, 청소년부문 특별상 부산광역시장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존경하고 뵙고 싶던 교수님들, 디자이너분들과 소통하며 칭찬 혹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기에 정말 황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출품작은 부산국제모터쇼에 전시될 수 있어 영광스러웠습니다. 디자인적 사고가 정말 중시되는 요즘, 이러한 기회와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며 디자인에 대해 누구나 진솔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아진다면 좋겠습니다.
-대학 진학 후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대학생으로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은 정말 다양하게 많이 있지만,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는 달리 정말 고차원적인 작업을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큽니다. 그것을 이루기위해선 정말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동반되겠지요. 더불어 성인으로서 좀 더 폭넓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도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여태 못해본 것들도 즐겨보며 제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채워놓고 때론 작업으로 승화시키며 지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설계와 구체적 행보에 대해서
독일 유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국에서 다양한 경험과 함께 제 관심사에 초점이 더 맞춰진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하고, 제 오랜 꿈이기에 그렇기도 합니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또 그 속에서 하나둘 이겨나간다면 참 멋진 삶, 더 강한 사람이 될 거 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즐거움들도 분명 있겠지요. 그리고 언제든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변경되어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면 또 스스로에게 맞는 길을 찾아내고 또 걸어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재형군에게 자동차 디자인이란?
제게 자동차 디자인이란.. 만날 때 마다 매번 색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미울 때도 있고, 때로는 너무나 사랑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마치 평생 사귀어나갈 사람을 대하듯이 한편으론 조심스럽게, 한편으론 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게 정말 중요하고 또 기쁨을 주는 학문임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동차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고도, 다양한 것을 창작해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주목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마음 한켠에 늘 있습니다.
-최근의 근황에 대해
최근엔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겉으로만 차를 감상하는 것과, 직접 주행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릴 땐 그저 화려한 외양을 가진 자동차를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디자인이란 정말 복합적인 것임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하나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바라보기보단, 다양한 관점에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운전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런 면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그런 부분들을 제 작업에 적용시키려 노력하는 게 우선적 숙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