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형편이나 사정이 전에 비하여 나아진 사람이 지난날의 미천하거나 어렵던 때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처음부터 잘난 듯이 뽐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속담을 잠시 뒤집어 음미해보면 어떨까? 개구리는 올챙이의 꿈이요, 도달해야할 이상향이 된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운영하는 예술아카데미에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라는 강좌가 있다. 아마추어 연극교실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 연극인이 아마추어 수강생들을 멘토링한다. 특이한 점은 동일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최대 4년 동안 심화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국비를 지원받은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는 올해 2년차 심화과정을 진행했다.
올해는 30주 동안 몸짓, 발성 등 연극 기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기성 연극을 관람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일부 수강생은 경주시립극단의 정기공연에 출연하는 행운도 누렸다. 모든 수강생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하나꼬’를 낭독공연으로 준비했다. 30주차에 강의실에서 실시한 낭독공연은 분장도 하고, 의상도 갖춰 입는 격식을 차렸다. 비록 무대에서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이들 ‘올챙이’들에게는 꽤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난달에는 매우 감격스런 사건이 있었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자 ‘그냥’ 참여한 2016 문화예술교육축제(11월29일/대구아양아트센터)에서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팀이 낭독공연 ‘하나꼬’로 4등상인 장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천석 규모의 대공연장 무대에 올라 연기한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경험이 되었지만, 상까지 받게 되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역시 상을 받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경주에 돌아와서 장려상 수상을 자축하는 조촐한 저녁모임을 가졌다. 모두들 뜻밖의 쾌거에 다소 들떠 있었다. 평소에 하고 싶던 말을 자연스레 들려주기도 했다. 어떤 분은 연극을 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하고, 소극적인 성격이 쾌활하게 바꿨다고 고백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 수강생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해서 좋다고 한다. 연극은 그 자체가 명약이고, 삶의 에너지인 것이다.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팀은 나이가 20대에서 60대까지 골고루 분포되어있다. 일본어 강사, 방앗간 사장님, 피부관리사, 대학생, 회사원, 전업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배우’라는 꿈을 잊고 살다가 뒤늦게 연극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 이들은 연극을 관객으로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생산에서 오는 쾌락은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잘 모른다.
장려상의 부상으로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이들은 연말에 봉사활동을 한 후 해당기관에 이 상품권을 기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연극하고, 상 받고, 봉사하고, 기부하고...... 참 아름다운 흐름이 아닌가? ‘올챙이, 개구리를 꿈꾸다.’의 기획의도는 연극이 우리 경주에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다. 2년차인 올해에 벌써 이런 좋은 일이 생겨 정말 기쁘다. 올챙이의 앞다리가 쑥 튀어나와 반쯤은 개구리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완전체 개구리가 될 수강생들을 지켜보는 일은 어떤 것보다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