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새해를 맞아 새롭게 마음을 다져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은 마지막 장을 남기고 있다. 으레 한 해 끝자락에 도달하게 되면 지난 일을 돌아보고 아쉬워하며 분주하게 보낸다. 아쉬운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며 또다시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시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해를 의미있게 맞이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행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매년 해맞이 관광객이 적지 않은 탓에 많은 지역에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안의 여러 지역에서도 각자 나름대로 해맞이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웃에 있는 울산과 포항에서 각기 간절곶과 호미곶에서 열리는 해맞이 축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해맞이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좋은 소재와 여건을 갖춘 경주에서는 특별히 축제형태로 개최되지 않고 있다. 간헐적으로 문무대왕릉이 있는 해변과 토함산에서 해맞이가 열리기는 했었지만 울산이나 포항과 같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행사는 없다. 문무대왕릉과 토함산이 해맞이 명소로 널리 알려진데 반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경주는 한국문화의 원형이 담긴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해맞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소재도 지니고 있는 곳이다. 경주지역에 산재해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관광수요 변화에 대처하는 일이다. 경제적 여건 향상과 더불어 문화적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적 소비욕구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문화소비 욕구 변화는 관광수요도 차별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관광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에 담겨있는 의미를 재해석하여 관광객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해맞이와 관련하여 문화적 원형을 재해석하여 관광객들에게 신라인들의 과학적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문화유산중 하나가 석굴암이다. 석굴암이 동남쪽 30도 방향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맞이 명소로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남천우교수가 1969년 진단학보에 발표한 ‘석굴암에서 망각되어 있는 고도의 신라과학’이라는 논문에서 석굴암의 정면 방향은 동짓날 일출에 맞춰 동남쪽 30도로 정확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논지를 재해석하여 해맞이 행사에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동짓날은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고 해가 가장 남쪽에서 뜨는 날이라는 점에서 해맞이 행사를 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해가 짧아지다가 길어진다는 점에서 동지를 새해로 보아 석굴암의 방향도 동짓날 일출에 방향을 맞춘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해맞이 행사에 반영하는 것이다.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에서 개최하는 해맞이 행사는 동짓날부터 새해 첫날까지 열흘이상 진행할 수 있어 새해 첫날 해맞이 혼잡을 완화하고 관광객 유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해마다 동해안 지역은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단 하루만 북적거리니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해맞이 행사에 참석하는 관광객에게도 혼잡으로 불편을 주고 있다. 석굴암이 자리한 방향이 새해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동짓날 일출에 맞춰졌다는 사실을 토대로 동지부터 다음 새해 첫날까지 해맞이 행사를 진행할 경우 겨울철 관광비수기 타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해맞이 관광객 분산은 혼잡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석굴암의 방향이 문무대왕릉이 있는 동해구(東海口)를 바라보고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해맞이 행사는 석굴암의 정면 방향을 동짓날 일출에 맞춰 놓은 신라인들의 과학적 지혜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동짓날 토함산에서 해맞이를 개최하는 것은 세계유산인 석굴암을 재조명하는 계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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