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장가 안 간다고 손사래 치던 노총각 선생님이 자신의 예쁜 공주님이라며 핸드폰으로 연신 자랑을 하신다. 아기 동영상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연신 “와!”, “아이고, 이뻐라!”를 합창한다. 정말 애기들은 다 예쁘다. 조금 많이 큰(!) 머리, 톡 튀어나온 배, 올록볼록한 팔뚝, 하지만 눈은 세상 모든 걸 빨아들일 듯 맑디맑다. 엄마 젖을 먹고 잠시 후에 나오는 트림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울음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이 녀석들이 가르쳐줬다. 정말 우는 울음, 배고파서 우는 울음, 심심해서 우는 울음, 기저귀가 불편해 우는 울음…. 엄마의 태반 안 따뜻한 양수 속에 있던 아기는 이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한다. 엄마의 태반은 최고의 안식처였다. 아기들로부터 외부 세계의 무수히 많은 미생물을 격리시키는 완벽한 보호벽인 셈이다. 격리 대상은 엄마의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이 아늑한 공간 속은 오로지 아기만을 위해 완벽히 청정한 곳이다. 이 순일한 고향을 영원히 잃는다는 불안에서일까,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때는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열 달 동안 격리의 대상이었던 미생물은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존재로 바뀐다. 일단 양수가 터지면 바로 미생물의 증식이 시작된다. 무균 상태였던 아기는 자궁 문이 열리면서 엄마의 질 속 미생물을 온 몸에 바르고 세상으로 나온다. 출산에 즈음해서 임산부는 사실 제 정신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을 지렸다고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산모가 출산할 때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호르몬하고 아기가 아래로 밀려 내려오면서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보통 대변을 지린다고 한다. 이것은 결코 불결하거나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출산 마지막 단계에서 아기는 머리부터 먼저 나온다. 이때 아기는 몸을 엎드린 상태로 얼굴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항문을 마주 보는 자세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엄마 자궁의 마지막 수축이 시작될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이 때 아기의 머리와 입은 최적(!)의 자세를 취하게 된다. 바로 엄마가 지린 대변 속 미생물을 흡입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자세 말이다. 하나의 생명체로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여기에는 비위생적이거나 혐오감을 느낀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인간 진화의 전 과정이 그것을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기가 순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엄마의 변과 질을 통해 아기에게 전해지는 미생물 마사지는 엄마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신생아를 지키는 최고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엄마의 질이 항문에 그렇게 가깝게 위치한 것도, 자궁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이 직장과 항문에도 똑같이 작용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란다. 아이가 건강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드라마틱한 진화는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가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엄마의 것이 아닌 다른 미생물일 가능성이 크다. 자연분만이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엄마의 미생물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는 의료진의 피부 미생물뿐 아니라 연쇄상구균 같은 위험한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단다. 자연분만을 한 경우에는 엄마 질 속 미생물과 아기의 장 미생물이 서로 비슷하다.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는 그렇지 않기에 일부로 산모의 흔적이 남아있는 수건으로 아기를 감싸기도 한단다. 이 또한 엄마의 좋은 미생물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딸을 가졌으면 하고 기도하던 선생님이 실제 딸을 안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표정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정말 이 가족이 부럽다. “아가야, 너도 엄마의 좋은 미생물을 받았으니 건강하게 튼튼하게 잘 자라길 아저씨가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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