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이 속한 가족의 문제이며, 사회의 문제다. 노인문제를 사회전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 노인세대가 노인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노인복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함남식(49) (사)경북노인복지문화센터 사무국장을 만나 노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경제활동과 노인복지에 대해 들어봤다.
-경북노인복지문화센터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1997년쯤 용강사회복지관 강사활동과 취업상담활동을 시작하면서 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북노인복지문화센터는 2009년 다사랑 교회 이재근 목사님과 지인들을 중심으로 노인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여가활용을 위해 운영된 노인복지여가시설이다. 무엇보다 센터의 취지와 목적에 끌렸다. 센터는 노인들에게 각종 무료강좌는 물론 문화·건강·여가활용 등 다양한 문화적 혜택과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노인일자리 사업(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우리동네공원지킴이, 보육교사도우미, 찾아가는 노인학교, 노노케어, 아이누리 도우미 등)과 노인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노인경제 문제는 국가 시스템을 넘어 온 국민의 과제지만 문제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문제를 푸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젊은 세대들이며 그들의 생각의 변화다. 지금 젊은 세대가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잘해온 것도 있지만, 더 나은 삶을 주려는 노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무리 노인복지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도 젊은 세대들의 진정성 있는 실천이 없다면 결국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수박 겉핥기의 생색내기와 땜질처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노인일자리는 왜 중요한가?
노인일자리 수는 매년 증가되고 있지만,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비율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정착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노인일자리의 문제점은 ‘노인은 힘이 없으며, 단순노무직 밖에 못한다’는 인식이다.
노인들 중에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많지만 나이가 들면 모두 길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이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의 젊은 세대나 중장년층들도 세월이 흐르면 결국 노인이 될 것이며 현재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 것이라 예상되지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 노인인구 수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노인일자리 확충을 위한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이왕이면 ‘노인일자리’라는 단어보다는 ‘업무의 연장’ 혹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이라고 하는 것이 한층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소일거리라도 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일자리란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는 수단이자 목적이다.
경주시도 매년 10%씩 노인일자리를 늘이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퇴임 후에도 몸과 마음이 정정한 노인들에게는 비록 소액이라도 일자리는 꼭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 대비를 위한 노인일자리 활성화 방안은?
사실 ‘노인일자리’라는 표현은 참 애매한 표현이다. 20만원짜리 활동을 하는 노인은 노인일자리이고, 100만원짜리 일은 노인일자리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냥 경제활동인구라 한다.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의 활성화라는 말 보다는 정년을 대폭 연장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추세라면 정년을 70세까지 늘려도 생산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본다. 설령 근무시간과 거기에 따른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정부예산의 노인일자리 수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선 노인일자리 활성화방안을 연구하기보다 정년 연장연구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많은 혜택을 보는 대기업들이 노인일자리의 상당부분을 수용한다면 정부 복지정책상 필요한 노인일자리는 기회를 얻기 힘든 저소득층 위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일이나 기억에 남던 것은?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노인들의 형편을 알고 있어 꼭 일자리를 주고 싶어도 보건복지부 지침에 어긋나 주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아쉬웠다. 내년에는 정부정책이 좀 더 바뀌어 노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65세의 노인과 상담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 분은 성년이 되어서부터 현재까지 계속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을 옮기게 되어 새로운 직장을 아무리 찾아봐도 자기 나이에 맞는 직장이나 직업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센터까지 오게 되었는데, 자신도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고 했다. 아직도 일할 수 있는데 자기를 받아 주는 곳은 노인일자리를 하는 곳 밖에 없다면서 웃으며 말했지만 매우 씁쓸해 보였다.
그리고 인천에서 열린 전국노인일자리 경진대회에 참석했을 때, 노인 몇 분과 함께 3박4일간 내내 그 분들의 삶을 듣고 느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 참 좋았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바람이 있다면?
당연히 인건비인상이다. 지금 노인일자리 인건비는 20만원이다. 이 금액은 10년 전에 책정됐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이제는 노인일자리에서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물가는 10년 전 보다 30%이상 올랐고 식재료는 50%이상 인상됐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인건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만약 정부에서 노인일자리 인건비를 한 번에 인상하기 힘들다면 매년 조금씩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경주시니어클럽)에서 운영 중인 카페가 활성화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생산 활동이 가능한 노인에게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반 또한 만들어지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 활동을 성공하게 하는 것은 운영기관의 몫이지만 일자리의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은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이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시청사 1층이나 시청부근, 영화관 등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곳에 입주해 노인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페 한쪽에 무대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공연이나 손님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꾸민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윤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