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셋째 주 수요일이면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목욕탕을 찾으며 혼자 씻기 어려운 그들을 위해 기꺼이 손이 되어주는 이들. 바로 ‘미리내 봉사단’이다.
벌써 20여 년 가까이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온 미리내 봉사단은 초대회장의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시각장애인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만을 위한 봉사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전해 듣기로는 초대회장님께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 당시에 신문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990년도 초중반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매월 1회 목욕봉사를 정기적으로 하며, 그 외에 시각장애인협회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행사나 체험학습 등 외출이 있을 때면 틈틈이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단이 생긴 당시에는 시각장애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도 했었다고 한다.
“봉사라는 것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시각장애인분들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저희 봉사단이 봉사를 많이도 다녔습니다.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나오고 하지요. 그래서 처음에 비하면 봉사하는 일들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웃음). 그래도 목욕봉사만큼은 아직까지 저희들이 직접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20년. 미리내 봉사단원들은 오직 시각장애인들만을 위해 봉사해왔다.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 곳에서 봉사해온 시간은 그들의 자존심이자 자부심,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어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워낙 봉사활동을 많은 분들이 하시고, 봉사하는 시간이 엄청나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분들에 비하면 저희들의 봉사시간은 적고,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목욕봉사 하나뿐이지만, 저희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목욕봉사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저희 봉사단의 자존심이며 자부심, 자신감입니다”
목욕봉사하는 날이면 1인당 2-4인 정도를 맡아 그들과 함께 씻고, 이야기도 나누며 이제는 가족같이 느껴진다는 미리내 봉사단.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20여 년의 목욕봉사, 이제는 봉사자들과 시각장애인들의 손발이 척척 맞아 한 사람을 씻기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씻길 수 있다고 한다.
미리내 봉사단원들은 시각장애인들을 ‘맑은 사람’, ‘순수한 사람’이라고 한다. 오히려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들은 보이지가 않을 뿐이지 우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순수하고 맑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도와주는 것,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