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꿈-사물(事物)의 꿈(1)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 모든 인간이 선망하는 존재인
나무는 그 상징적 특성상 인간과 유사한 식물이다. 하늘을 향한 가지는 팔에, 땅에 뿌리 박고 있는 뿌리는 다리에, 둥치는 몸에, 이파리는 피부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는 그 비유를 훌쩍 넘어선다. 사람들은 나무를 생각하는 동안에 자신의 내면적 심상을 그 속에 투사시키기도 한다.
시인은 정신과 육체가 하나인 나무를 보면서, 나무가 꿈을 꾸고 자신의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한다. 햇빛과 비와 바람과의 황홀하고도 역동적인 교감을 통해 우주적인 존재가 된 나무를 감각한다.
나무는 잎사귀마다 내리붓는 햇살과 쪽쪽 입을 맞추며 그의 체관과 물관의 운동 너머 정신의 힘을 꿈꾸고, 전신에 내리는 비와 뺨 부비며 몸속 구석구석 쿵쾅쿵쾅 성장의 피돌기(비와 피는 발음도 거의 같다!)를 외치고, 부는 바람 따라 가지와 잎새가 살랑임으로 자신의 전 존재와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기에 나무의 꿈은 모든 시인이, 모든 인간이 진정 닮고 싶은 꿈이다. 다리는 땅에 박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기의 생명을 확장해 나가며, 우주로 꿈을 펼치는 싱그러움 그 자체인 나무!
햇빛, 비, 바람과의 교섭이라지만, 우주의 품과 섭리 안에서 나날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나무 앞에 무릎 꿇고 싶어지는 나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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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 약력
경북 안강 출생.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5 매일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 저서 『서정주 시의 시간과 미학』외 7권, 1996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경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