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장인과 전문가들이 지혜와 정성을 모아 신종의 위용과 소리를 닮은 새로운 종을 만들어 신라대종이라 이름하였다. 이제 서라벌 누리에 다시 신라대종이 청아하게 울리게 되어...,(신라대종 주종기 중 일부)’
새로운 경주천년의 도약과 국태민안을 알리게 될 신라대종이 지난 21일 구 시청사 부지에 마련된 종각에 안착했다. 올해 4월 주조완료 후 문양 보완 등 마지막 작업을 위해 충북 진천군 소재 성종사에 보관해 오던 신라대종이 우리와 함께 시간의 더께를 함께하기 위해 마침내 경주로 온 것.
신라대종은 청동재질에 높이 3.75m, 둘레 7m, 무게 18.9톤 규모로 외형은 물론 소리와 문양 등을 현존하는 신종과 최대한 가깝게 복원제작했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크기, 소리, 문양 등을 실물과 같이 재현한 성덕대왕신종의 마모된 여러 문양을 신라대종에 완벽하게 되살리기 위해 7차례 자문회의와 수많은 고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윤광주 선생의 공은 컸다. 인왕동 양지마을에 있는 故 고청 윤경렬 선생 고택을 찾아 고청 선생의 자제인 윤광주 선생(72)을 만나 신라대종 제작기와 의미를 짚어보았다.
선생은 신라대종 조각의 방향과 디자인 문양 부분에 걸쳐 자문을 담당했다. 윤광주 선생은 경주읍성 재현 등 문화재 복원 및 복제 사업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경주읍성 재현, 성덕대왕신종 제작 자문위원을 맡고 있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금동용두당간, 경주국립박물관 성덕대왕신종 전면문양 복제 작업, 문화재 관리국 신기전지 화차 제작,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남산모형 제작, 용산전쟁기념관 역사관의 화포를 재현한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의 복원 등 전국적 문화재 복원 및 복제 사업 등이 그것이다.
-마모된 비천상 얼굴표현은 석굴암 보살상 얼굴과 같은 문양 조각, ‘향갑’ 밝혀내 최초 표현
선생에 의하면 “신라대종의 종고는 2978㎜, 종 체중량은 20.203㎏, 용뉴는 360㎏으로 약 20톤이다. 고유주파수는 타격음의 조화로움과 웅장한 고주파수는 성덕대왕신종과 거의 같다. 신종의 문양 재현은 공양자상, 보상화문, 연화문이 기본으로, 성덕대왕신종의 문양을 중심으로 마모부분을 보완하고 그 시대 실수한 잘못된 부분(밀납문양판 부착이 실수된 부분이 있음)은 정리하고 다듬어 더욱 완성품으로 수정완성했다”고 했다.
“자문회의시 비천상 얼굴부분인 공양자상의 얼굴 표현은 석굴암 (완공 751년, 성덕대왕신종 완공 764년)을 조각한 이와 동일시 해 석굴암 보살상의 얼굴과 같은 문양으로 기준해 조각했다. 비천상의 턱 아래 동그란 부분이 무슨 문양인지 밝혀내지 못했는데 이를 최초로 알아냈다. 바로 향갑이었다. 향료 재현시 향갑이 있었음을 확인해 표현했다.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한 문양”이라고 강조했다. 또, 용뉴(용의 모양을 취한 범종의 가장 윗부분으로 이곳에 쇠줄을 연결해 종을 매달게 된다)의 부서진 부분을 전부 복원하고 용의 나는 듯한 깃털부분을 복원해냈다. 고색의 처리도 선생이 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색한 느낌으로 처리한 것으로 옛 유물의 복원 작업을 해왔던 터라 가능했던 것이다.
-“신라대종이 같은 범종의 규모에서 가장 정밀한 주조”
성덕대왕 신종과 신라대종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신종은 구리가 82.03%, 주석이 13.23%, 신라대종은 구리가 85.3%이며 주석이 14.4% 등으로 함유량 성분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범종의 내형은 건조사형(마른모래 주물토) 조형(모양)이며 외형은 비천조각이나 연꽃 등을 밀납형으로 조형해 섬세한 문양이 부조처럼 출현되도록 했다.
선생은 “성덕대왕신종과 유사하게 제작한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현재 대형 범종 주조시, 2% 정도의 주조 오차가 불가피한 것을 감안할때 1%의 주조오차 정밀도는 신라대종이 현재 제작된 종 가운데 같은 범종의 규모에서 가장 정밀한 주조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신라대종, 성덕대왕신종과 96~99%이내로 동일하게 발생해 웅장한 타격음 들을 수 있어
타격점은 당좌 높이를 중심으로, 신라대종은 성덕대왕신종의 위치에 따랐고 이는 현대에 제작종 가운데 가장 정밀한 주조임을 의미한다. 음향, 타격음의 음고, 조화로움, 웅장함, 음색, 맥놀이, 화음도, 소리의 역동성, 여음의 지속시간 측면에서 물리적, 음향적 인자들을 사용해 신종과 대종의 비교 결과(계측기로 비교), 대종 0-600㎐범위에서 20여 개의 고유주파수 성분이 성덕대왕신종과 96~99%이내로 동일하게 발생해 웅장한 타격음을 들을 수 있다. 500㎐ 범위에서 주파수 성분들이 화음도 신종의 화음도와 거의 일치한다. 타격음의 음색도 신종과 거의 일치하며 8회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웅’하는 울림이 반복되면서 역동성을 높인다.
종소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는 여음의 주파수는 64㎐로, 성덕대왕신종의 주파수와 거의 일치해 은은한 여음을 들을 수 있다. 맥놀이의 교정을 통해 3.2초동안 움직이며, 성덕대왕신종 2.9초의 적절한 주기로 살아숨쉬는 듯한 강한 맥놀이의 여음을 들을 수 있는 것. 여음은 신종보다 더 오래 지속되며 타종시 맥놀이 여음은 2분이상 울린다.
-신라대종 주종기...‘이 시대 최고의 장인들이 신종의 위용과 소리 닮은 새로운 종 만들어 신라대종이라 이름지어’
‘오묘한 진리와 들리지않는 우주의 큰 소리를 이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성덕대왕신종은 1992년 이래 천년 세월에 지친 고단한 몸을 쉬게 되었다. 이에 경주시민들은 신비한 종소리를 길이 후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새로운 종의 주조를 바라게 되었다.
2014년 3월에 경주시장을 비롯한 50명의 인사로 주조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시대 최고의 장인과 전문가들이 지혜와 정성을 모아 신종의 위용과 소리를 닮은 새로운 종을 만들어 신라대종이라 이름하였다. 이제 서라벌 누리에 다시 신라대종이 청아하게 울리게 되어 이 종소리를 듣는 사람마다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가지게 되고 열린 마음으로 더 넓은 세계를 가슴에 품어 “품격있는 도시, 존경받는 경주”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6년 4월, 조철제 짓고 한영구 쓰다
주조위원장 경주시장 최양식
주조위원 경주시의회
의장 권영길 외 48인
주종장 국가중요무형문화재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설계음향 김석현
재료 주형 나형용
문양 최응천 이기선 박영복 윤광주’
-신라대종 주종기 전문.
신종의 원래 종명은 대문장이었지만 그 종명을 뺐다고 한다.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경주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미에서 신종의 종명 대신 새로운 주종기를 새겼다.
-“신종과 거의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은 성덕대왕님이 영험함을 주신 것이라 생각”
“종을 똑같은 틀에다 부어도 소리가 각기 다르다. 대종의 주조 밀도가 더 높아서 아마 맥놀이가 더 길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분이 다소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소리나 맥놀이가 신종과 거의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은 성덕대왕님이 영험함을 보태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종각의 장소도 설왕설래 하는 위치였지만 종은 하나의 거대한 신라의 악기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리인데 시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장소도 적절하다고 본다. 노동노서고분군과 미추왕릉, 천마총, 계림과 월성이 지척인 곳에 잘 어우러져 시민들이 쉽게 근접할 수 있는 장소이지 않은가. 선택받은 왕들이 누워 계신곳에 종소리가 왕들을 일깨워 좋은 일이 일어날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간 신종은 시각을 알리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종으로 전락했었지만 경사스런 날에 경주시에 신청하면 검토해서 타종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하나의 좋은 관광 콘텐츠로도 자리잡을 것이다. 대종의 소리를 들으러, 대종을 직접 체험하러 경주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고 했다.
시는 앞으로 시민의 날, 제야의 타종행사, 국내·외 귀빈과 일반인들에게 신라대종 타종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복할 좋은 일들이 있으면 대종의 종소리와 함께 더욱 축복받을 수 있는 신험한 신라대종이 있어 우리 경주시민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