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황남동 주민센터 회의실에서 ‘황남초 이전 후 부지 활용방안’을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동국대 마이스 관광연구소가 주관하고 황남문화마을, 남산화백마을공동체가 주최했으며 황남초 이전 이후 황남초 활용에 관심 있는 시민과 단체 등이 참가했다.
먼저 박종희 동국대 마이스관광연구소장이 ‘왜 지역주민들이 황남초 부지활용에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종희 교수는 “이 자리는 지자체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경제적 이유만으로 황남초 활용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업 성공도 어렵다”고 전제했다.
또 “주민과 관 그리고 전문가의 공동참여와 협동으로 시작해 황남동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의 공간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구 동국대 관광학교 교수는 ‘황남초 이전에 따른 관광사업 계획 및 비즈니스 모델 추진방안’이란 주제를 발표했다.
박종구 교수는 황남초를 관광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계획을 제시하며 “어떤 사업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지역 주민이 참여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전문가와 함께 문화 재생사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 황남동 주민이 희망이다”고 말했다.
이 회의는 황남초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자 마련된 자리였지만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주제발표 후 회의에 참석한 주민과 동창회, 사업가, 지역 생산물 연합회 등 각자의 입장에서 황남초 활용방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김경희 황남초 총동창회 운영위원은 이 토론이 열린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회의에 패널 참석 요구가 회의 이틀 전에 알려오는 등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 황남초 이전은 황남동 주민의 문제가 아닌 경주시민 모두가 고민하고 주체가 되어야하는 곳이다”면서 “토론회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개최되고 황남초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고향이 경주인가?라며 황남초 개발에 경주사람이여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황남초가 이전되더라도 문화재법으로 개발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황남동은 고도보전육성지구로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왓장 하나 맘대로 못하는 곳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면서 “더욱이 막대한 매입 비용으로 지자체가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곳인데 황남동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토론회 개최 자체를 지적하는 참석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박종희 교수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황남초를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인데 참석자들이 우리가 황남초에 들어가 이권을 챙기려 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지역을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것인데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구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남초 부지 활용에 대해 경주교육지원청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황남초는 2019년 3월에 이전하고 2018년까지는 정상적으로 학교가 운영된다”면서 “학교 이전도 안 된 상황에서 활용방안 계획은 시기상조다. 교육청에서 계획을 세워둔 것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