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 앞/ 현실과 타협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 거침없이 몸이 던져 목젖이 뜨끔뜨끔하던 날/ 대청에서 문중회의가 있었는데/ 중략..., 지키고 산다는 것이 때론 무거운 짐이다//-신순임, ‘문외배’에서 일부 발췌
양동마을 무첨당 종부 신순임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양동 물봉골 이야기 둘(시문학사 펴냄)’을 펴냈다. 신순임 시인은 지금도 양동마을 무첨당의 안주인으로 고택의 주변을 스케치하고 글과 사진으로 옮기며 전통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의 큰 무게를 ‘잔업과 특근’쯤으로 생각하며 직장이고 직업으로 여긴다는 신 시인은 세 자녀에게 ‘재담 즐기는 에미, 글 소재 삼는 에미모습이 가장 행복해 보이길 소망’하며 새로운 시들을 펼쳐냈다.
여강(驪江) 이씨 문중의 중심을 잡고 있는 저자는 양동의 여러 정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렸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양반가 안주인이 지켜야 할 본분과 자부심도 고스란히 담았다. 시집 속에는 양동의 정자, 사람, 풍경, 풍습 등을 통해 명문가 종부의 자리에서 큰 자부심과 무거움을 동시에 그리고도 있다. 시인은 ‘신평아재’를 통해 종가 지키는 힘을 시로 풀어내기도 하는 등 유교적 정신문화의 산실로 그 시공간적 배경과 의미도 그리고 있다. 시집은 ‘영귀정 눈꼽재기창’ ‘내외법’ ‘아름다운 불륜’ ‘구봉침’ ‘신행날’ 등 5부로 나뉘어져 132편의 시들을 싣고 있다.
김유중 문학평론가는 “신순임 시인은 선조들이 일궈낸 수준 높은 정신문화유산이 고장의 존재와 더불어 널리 알려지기를, 그래서 방문객들의 마음속에 양동마을이 단지 먹고 놀다 가는 관광지로만 각인되지 않기를, 마음 깊은 곳에서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평했다. 유서깊은 가문의 종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큰 광영인 동시에 한평생 벗지 못할 무거운 짐이다. 시인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아야 할 웃어른 공경, 가문 전체의 명예를 중히 여기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내용과 형식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도록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월간 ‘조선문학’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무첨당의 5월’ ‘앵두 세배’ ‘양동 물봉골 이야기’ 등을 펴냈다. 150쪽으로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