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제야의 타종’ 소리를 도심 한복판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크기, 소리, 문양 등을 실물과 같이 재현한 신라대종이 지난 21일 구 시청사 부지에 마련된 종각에 안착했다.
올해 4월 주조완료 후 문양 보완 등 마지막 작업을 위해 충북 진천군 소재 성종사에 보관해 오던 신라대종이 건립 중에 있는 종각에 설치된 것. 신라대종은 청동재질에 높이 3.75m, 둘레 7m, 무게 18.9톤 규모로 외형은 물론 소리와 문양 등을 현존하는 신종과 최대한 가깝게 제작했다.
경주시는 이날 천년고도 경주의 신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라대종의 안치를 기념하며 대규모 ‘신라대종 맞이행사’를 열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에서 선덕네거리, 팔우정삼거리를 거쳐 구 시청부지 종각까지 시가지 퍼레이드를 가졌다.
행사는 최양식 시장, 김석기 국회의원, 박승직 시의회의장, 대종을 제작한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성종사 원광식 주철장 등 제작 관계자, 문화·예술인, 종교계를 비롯한 내빈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신라대종의 경주입성을 성덕대왕신종에게 고한 후 신라고취대가 앞서고, 이어 연등과 경주 팔색끈 등으로 장식한 신라대종 탑재차량 뒤에 3가닥 광목 줄을 잡고 신라복을 착용한 행사 참여자와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1975년 성덕대왕신종을 구 박물관에서 현재의 박물관으로 이송하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 시는 앞으로 시민의 날, 제야의 타종행사, 국내·외 귀빈과 일반인들에게 타종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양식 시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종 성덕대왕 신종의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접목한 신라대종이 새로운 경주천년의 도약과 국태민안을 알리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경주를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어 천 년 전 신라문화예술 부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에 자리한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혜공왕 771년 주조된 후 2003년 개천절 행사 때까지 타종했지만, 현재 종 보전을 위해 타종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성덕대왕신종의 맑고 장엄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워하던 시민들의 정성과 뜻을 모아 이번에 신라대종을 재현했다.
그동안 대종주조를 위해 2014년 3월 최양식 시장을 비롯한 50명의 인사로 주조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9월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성덕대왕신종의 마모된 여러 문양을 신라대종에 완벽하게 되살리기 위해 7차례 자문회의와 수많은 고증을 거쳐 습도 등 주조환경이 가장 좋은 지난 4월 대종 주조를 완료하고, 6월 성종사에서 첫 울림식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