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의 거목인 박목월 선생과 김동리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학상인 동리목월문학상에 올해도 두 명의 수상자가 각각 선정됐다.
2016년도 제19회 동리문학상에는 이순원 소설가의 장편소설 ‘삿포르의 여인(중앙북스)’과 제9회 목월문학상에는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창작과 비평사)’를 펴낸 문인수 시인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
동리목월문학상은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주최하고 동리목월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경상북도와 동아일보사가 후원했다.
동리목월문학상은 한국 문단의 양대 산맥을 이룬 김동리, 박목월 선생의 뜻을 기리고 유능한 문학인재를 발굴 육성하며, 경향을 초월한 문학 인재 발굴에 주력하고 있어 전국 최고의 문학상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문학도시 경주위상 제고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기업 활동에 공감해 시상금 1억 4000만원(시, 소설 각 7000만원)을 지원해 더욱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6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작은 등단 10년 이상의 시인과 소설가를 대상으로, 2014년 6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출간된 단행본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수상 결정에 있어 본심 심사 위원으로는 동리문학상 심사위원에 복거일 작가를 비롯해 김종회, 이태동, 전영태, 최수철 작가가 심사했다.
목월문학상 심사위원에는 문효치, 김기택, 오세영, 유성호, 최동호 시인이 심사를 맡았다. 한편, 올해 동리목월시상식은 12월 2일 오후6시 경주보문단지 The-K 경주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순원 소설가-수상 소감
-“동리 선생님 이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내 글에 몸을 바치는 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것이다”고 수상 소감에 첫 운을 떼면서 “지난해 어느 문예지에‘삿포로의 여인’을 연재하는 내내 제 책상을 지켰고 지금도 여전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마가목 나무를 보고, 제 젊은 시절 대관령에서 보았던 마가목 나무를 떠올렸고, 바로 이 소설을 쓸 생각을 했다”며 집필계기를 전했다.
이 소설은 두 모녀의 이야기로, 엄마는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나 한국의 스키선수를 따라 대관령에 와서 그들 사이에서 난 딸은 열일곱 살 때 사랑하는 가족과 또 마음 깊이 의지한 첫사랑과 헤어져 삿포로에 가서 추억하면서 산다는 줄거리다.
두 곳 다 눈의 고장이고, 눈 위에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마가목의 고장으로 마가목만 있다면 대관령이든 삿포로든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그 여행길에 받았다고 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대관령을 넘어 다시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오며 처음 작가가 되었을 때 다졌던 각오 그대로 내가 쓴 글에 몸을 바치는 저 나무들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저 나무들에게 다시 했다.
그 무엇보다 한국 현대문학의 큰 산과도 같은 동리 선생님의 이름으로 받는 상이어서 더욱 기쁘고 어깨가 무겁다. 다시 동리 선생의 ‘사반의 십자가’를 읽으며 여전히 제게는 산과도 같은 이름이고 산과도 같은 작품으로서 선생님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순원 작가는 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가 당선되고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제27회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제 42회 현대문학상, 제1회 이효석문학상, 제1회 허균작가문학상, ‘푸른모래의 시간’으로 제1회 남촌문학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문인수 시인-수상 소감
-“이번 수상은 꼭 친정 온 듯한 친근감 느끼게 합니다”
“저는 1985년, 시 전문 계간지 심상(心象)으로 나이 40에 문단 말석에나마 끼여 늦깎이 등단을 했습니다. ‘심상’은 목월 선생님이 창간한 문예지여서 이번 수상이 꼭 친정 온 듯한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80년대 초, 그 무렵부터 이미 소위 문단엔 ‘늦깎이’사태가 시작된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지 제게도 어언 문단경력 30년이 쌓였습니다. 그러니까 30년 동안 꾸벅꾸벅 시만 써 온 셈으로 10권의 시집과 동시집 1권, 시조시집 1권 등 총 12권의 시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리목월’이란 이름엔 어느 시골마을의 달밤이 있습니다. 동구 밖엔 천년 노거수 느티나무가 있고 지금 막 그 느티나무가 낳은 만월이 있어서 참으로 둥근 ‘달북 소리’가 납니다”며 수상소감을 전해왔다.
문인수 시인은 1985년‘심상신인상’으로 데뷔했다.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시와시학작품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다수를 수상했고, 2009년 1월엔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2008)의 시’에 시집 ‘배꼽(창비)’이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