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지역에서 미용 봉사를 이어온 ‘미용가’ 송영민(48) 원장은 재능기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28년 전 미용사의 길로 들어선 송 원장은 우연한 기회에 경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은 단단히 엮어져 경주가 제2의 고향이 됐다.
“처음 미용을 시작할 때는 남자 미용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기술을 배워도 취직도 잘 안 되고 일할 기회도 별로 없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우연히 경주에 들렀다 지인의 권유로 경주에서 일을 시작했죠. 그때는 잠시 일할 거라 생각했는데 경주에서 결혼하고 미용실도 열면서 정착하게 됐습니다”
송 원장은 미용실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다. 그는 그저 잘하는 미용 기술을 좋은 일에 써보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봉사를 시작할 때는 재능기부라는 단어도 없었죠. 어디든 저희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가서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었죠”
나자래원과 고아원 등에서 15년 동안 미용 봉사를 이어오다 최근에는 장애인복지재단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봉사하러 갈 때면 피곤하고 쉬고 싶다가도 돌아 올 때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피곤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 다니다 보니 찾아주는 단골도 많다며 즐거워하면서도 가슴 아팠던 기억도 많아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머리 할때면 ‘풍동가자 풍동가자’ 하시는 할머니가 있었죠. 전 물놀이 가자는 줄 알고 ‘머리 자르고 가요’라고 답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 살던 동네가 풍동이었죠.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고향에 가고 싶어 하셨는데 어느 날부터는 보이시질 않았죠”
그는 치매 걸린 노인에게 미용봉사 할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할머니들과 친해져 이야기도 나누고 이쁘게 머리 손질도 해 드리면 즐거워 하시던 분들이 치매가 심해져 알아 보지 못하거나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겨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20년 가까이 미용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민이 소소한 재능이라도 나누며 행복을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