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산에 마애지장보살상이 있다.
“정치의 목적은 무엇인가?”
윈스턴 처칠과 함께 가장 위대한 영국의 수상이었다는 글래드스턴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선을 하기 쉬운 사회, 악이 행하기 어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치 상황을 보면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문 기사, 텔레비전의 방송 내용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훌쩍 집을 나서 문화재답사로 마음을 달래본다.
경주 포항간 산업도로인 7번 국도에서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거나 숭신전에서 동쪽으로 뻗어있는 마을 안길인 ‘동천 중리길’을 따라 150 여m 가면 2차선의 아스팔트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예비군 훈련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가면 소금강산 끝자락이 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이 마애불상을 만나게 된다. 지번은 동천동 산23번지이고, 현재 비지정문화재이다.
이 마애상은 1979년 예비군 훈련장으로 통하는 길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여 조사하게 되었다. 조사 당시 이 불상 이외에 사지(寺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를 자세히 살피다보면 기와조각을 더러 발견 할 수 있다. 그런데 옛 기와가 아니다. 아마 근처에 있었던 민가의 것인 듯하다.
마애상은 남동향을 하고 있으며 길이 2.1m, 높이 0.88m의 암반에 얕게 양각되어 있다. 하반신은 매몰되어 있고 표면은 마모가 심하여 세부 표현을 확인하기 어렵다. 양 옆에 새겨진 희미한 선각의 흔적이 있으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바위면 중간에는 마애상의 목 부분부터 크기 5-7cm, 깊이 3.5-4cm의 쐐기홈이 8-9개 남아 있는데 이는 누군가가 석재로 사용하기 위해 바위를 절단하려고 시도한 듯하다.
현재 확인된 마애상의 형상으로 보아 좌상으로 추정되며, 머리 부분은 두건을 쓴 것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이 불상은 지면으로부터 그 높이가 62cm쯤 된다. 두부(頭部)의 폭은 27cm, 높이가 28cm이며 어깨 폭은 56cm이다. 이목구비의 표현 및 수인은 확인하기 어려우며 법의도 상반신에 옷주름이 표현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알 수 없다. 광배는 확인 되지 않는다. 양 옆에는 선각으로 형상을 새겼던 흔적이 있는데 협시였을 가능성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이 마애상은 경주 낭산의 전(傳) 중생사지에 있는 마애보살삼존상의 본존과 유사하게 두건을 쓴 듯한 형상으로 표현되어 지장보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장보살은 석가가 입멸한 뒤 미래불인 미륵불이 출현하기까지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도록 의뢰 받은 보살이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에게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성불을 서두르지 않겠나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중생이 모두 제도되면 깨달음을 이루리라”
지금 우리 현실은 지옥이다. 마애지장보살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어 이 땅의 중생을 제도해 주시기를 염원해 본다.
동천동 제4사지(동천동 산18-2, 숭신전 북동쪽 60m 지점 구릉 하단부)에도 음각인데다 멸실이 심한 높이 2.5m의 마애여래 입상이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