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평생학습센터가 주최하고 양북행복학습센터가 주관하는 성인문해교실 시 낭독회가 지난 11일 회원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양북행복학습센터 위원들이 함께 했으며 동백국악원(원장 김태혜) 문화생들이 민요로 어르신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함께 만들고 나누는 자리로 식전행사를 빛냈다. 5개월 동안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노력으로 낯설고 어색한 글들이 소리로 변했다. 80평생 처음 무대 위에 오른 어르신들은 조금의 떨림과 설렘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가는 동안 뭉클한 것이 솟구쳐 눈물이 나기도 하고 함박웃음이 나기도 했다. 낭독회는 문해교실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어르신들의 삶을 풀어내는 감동의 장이 됐다. 선생님의 발음소리에 맞춰 천천히 읽고 또 읽어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배움이 이리도 좋은가?’의 느낌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이다. 문해교실은 한글, 산수, 교양, 문화 등을 함께 배워나가며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즐겁게 배우고 함께 나누는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언제라도 어른들이 공부를 그만두는 날이 졸업식이다. 이날 행사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감정을 맞춤법 교정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 큰 감동을 주었다. 추석 즈음 직접 시은 시와 일상의 삶을 시로 낭독하며 글을 쓸 때 없던 말을 덧붙이기도 하고 가느다란 떨림은 함께 공부하던 관객들의 박수로 위안을 삼았다. 한글을 담당했던 강사들은 “꾸밈없는 자기 목소리를 내서 자기 삶을 증언하고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며 갖는 힘은 앞으로 한글을 배우는 동안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시를 쓸 수 있고, 자기 삶에 대한 진정성을 담아내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시낭독회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배우는 한글을 이제야 배우는 어르신들에게 ‘배우고자하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평생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 낭독을 하면서 집중력이 올라가고 읽기 능력이 향상되면서 정확한 발음, 강약, 끊어 읽기, 감정 이입 등 실감나는 표현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자기가 외우고 싶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외워지며, 그때 외워진 표현들이 또 다른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표현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세월아’를 지어 낭독하신 강정두 씨는 “내가 살든 생활 그 누가 알까요. 첩첩산중 만첩만첩 산중 하늘알고 땅 알갰지 는물 삼뀌고 살든 날이 7학년 8반까지 왔으요(원문)” 낭독 중에 “내가 살든 생활 그 누가 알까요. 첩첩산중 만첩만첩 산중 하늘알고 땅 알갰지. 바람이 알고 햇볕이 알아주리라. 눈물 삼키고 목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한을 안고 살아 온 날들 언제 왔는지 모르게 7학년 8반이 되었어요” 시를 읽으며 그 자리에서 쓰인 아름다운 표현들이 등장함으로써 글이 훨씬 고급스럽게 됐고 함께 한 사람들과 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낭독은 발표력과 자신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어르신들의 우리글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이유는 다름 아닌, 큰소리로 말하는 것의 미숙 때문이다. 이 문제가 이번 낭독회를 통해 개선됐고 어르신들에게 소리를 내어 읽되 조금 더 큰소리로 읽을 것을 권했더니 무대에 올라서며 또박또박 가사를 읽으시던 하금조 어르신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노래로 불러 잠시 흥겨운 노래교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양북행복학습센터 위원들은 “양북성인문해교실에 건강한 웃음꽃이 더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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