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장학회인교? 내 집을 장학금으로 기부할라 카는데···” 올해 초, 경주시장학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투박한 경주사투리의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평생 고생해서 장만한 동천동 소재 모 아파트를 장학회에 기탁하시겠다는 얘기였다. 본인 이름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신 86세의 할머니는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가난한 학생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쓰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함께 보내오셨다. 흔하지 않는 기탁자이기도 했지만, 쉽지 않은 결정에 자식들도 동의하고 함께 유증 절차를 밟는 모습은 마음 깊이 각인되었다. 시간이 흘러 때때로 떠오를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경주시장학회 사무국장이 매일 고민하는 일은 장학기금 조성이다. 어떻게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우선 어떻게 장학기금을 많이 모을 것인가가 먼저이다. 기업체, 단체의 대규모 기부를 통한 장학금 조성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지만 소중한 시민 하나하나의 마음이다. 기금 조성과 맞물려서 형성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장학금 기부운동, 즉 장학금 기부문화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 모두가 지역의 미래가 인재양성에 있다는 큰 뜻에 공감하고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장학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척도는 교육이다. 교육의 목적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라가 이 땅에 첫 통일 국가를 세웠던 원동력이 화랑에 있었던 것처럼, 그 정신을 오늘에 살린 지역인재육성 장학사업은 경주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경주시의 장학사업은 2009년 3월 의회의 동의를 얻어 11월 18일 재단법인 ‘경주시장학회’를 설립, 본격적으로 경주시 인재양성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알렸다. 이전부터 장학재단을 설립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인재양성을 위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점점 힘을 더해가던 중, 방폐장유치지역특별지원금 100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출연하여 경주시장학회가 설립되는 발판이 되었다. 경주시장학회는 장학기금 200억원을 목표로 현재 출연금 120억원과 경주시민과 여러 기관, 기업, 단체 후원금 42억원을 포함하여 총 162억원이 조성되었다. 경주사랑장학금은 작년까지 5년간 총 1134명에게 15여억 원이 지급되었다. 매 해 230여 명에게 장학금 수혜 혜택이 돌아갔다. 특히 올해는 1000명이 넘는 지원자들에게 보다 많은 장학금 혜택을 주자는 것에 다 같이 뜻을 모았다. 2016년도 경주사랑장학금은 예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된 총 488명에게 6억9600만원이 지급된다. 경주사랑장학금이 확대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경주시민과 기업체, 사회단체들의 활발한 후원금 참여 덕분이다. 올해 후원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매년 천만원씩 기부해오고 있는 교육자 출신의 독지가부터 봉사와 헌신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해온 모범운전자회와 노인회지회, 장학기금마련 걷기대회를 통해 모인 수익금 전액을 기탁한 유림회원, 경주시청 공무원 등 단체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기부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여러 기업체와 경주시청이 기관 우수 평가를 받아 수상한 수상금을 기부하는 등 많은 시민들과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경주시는 현재 인구감소 해결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열쇠는 바로 장학사업이다. 장학사업은 교육여건개선과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인구유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경주시민 모두의 힘으로 끌고나가는 장학사업이 곧 지역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환경 강화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고 정주하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미래다’ TV CF에서 익히 들었던 문장이다. 많이 들어서 별로 새롭지 않은 말이지만, 너무나 당연하기에 꼭 기억해야한다. 경주의 미래는 사람이 좌우한다. 지역 장학사업 기부문화 확산운동에 새로운 천년 경주의 미래가 달려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