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이 발효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워낙 논란이 심했던 법률이라 시행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있다. 학생에게 캔 커피를 받은 교수가 고발(1호 고발)당하는가 하면, 고마움의 표시로 떡 한 상자를 경찰에게 보낸 민원인이 재판(1호 재판)을 받게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500원짜리 캔 하나가, 그리고 4만5000원짜리 떡 상자가 법적 처벌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런데 김영란 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금품 수수가 없어도 청탁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과거의 관성적인 습관을 근본적으로 버리지 않으면 얼마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영란 법을 3.5.10법이라고 요약하기도 한다. 시행령에서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가액 범위(상한선)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액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법률 제8조 제3항 제2호)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가액 범위 안이라도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김영란 법과 관련하여,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공연장에서는 공연 초대권이 고민거리다.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에는 금품의 하나로 ‘초대권’이 명문화되어 있다. 초대권은 경조사비가 아니니 선물로 봄이 마땅하다. 따라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5만원까지는 초대권이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으면 안 된다. 그간 공연 초대권은 언론사 기자와 공직자들에게 간간히 제공되었다. 기자들에게는 공연홍보를 목적으로, 공무원이나 시의원들에게는 ‘관례’상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초대행위가 모두 위법이 될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공연장들을 살펴보니, 김영란 법 발효이후 공연담당 기자에게는 5만원 이하의 초대권이 제공되고 있었다. 이처럼 중저가 공연의 경우는 기존 방식대로의 초대권 발행이 가능하다. A석이나 B석 같은 5만원 이하의 좌석에 초대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티켓 가격이 10만원을 넘는 고가공연이다. 어떤 공연은 가장 저렴한 티켓이 5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기자들에게 초대권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언론사가 소속 기자들에게 취재비로 공연티켓을 제공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언뜻 ‘더치페이법’의 취지에 맞는 것 같지만, 공연 선진국들의 사정은 이와 다르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유럽에서는 기자들에게 ‘프레스 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프레스 티켓은 단순 초대권과 다르다. 후자는 어떠한 의무도 수반되지 않지만, 전자는 리뷰 등 취재 후 행위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간 공직자들에게 초대권이 제공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공연장의 예산편성(공무원)이나 예산심의(시의원)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초대권을 제공할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초대권 제공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이 아니고, 직무관련성은 크기 때문이다. 괘씸죄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양자가 모두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지난달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식 초대권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부산시는 지난해와 달리 영화제 조직위원회로부터 개막식 초대권 1000매를 받지 않았다. 초대권을 받아 유관기관이나 단체장에게 돌릴 경우 김영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진성 관객의 증가로 공연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초대권이 줄어든 만큼 그 자리가 진성관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잡음이 생길 여지는 있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법적 해석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김영란 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하여 심사숙고하며 슬기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