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버리기로 했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어쩔 수 없이 개를 집으로 들이던 날부터 마음속으로 작정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개는 6개월 전에, 옛 연인이었던 지호가 찾아와 조카인 신혜를 내게 어거지로 맡길 때 잡지 속 부록처럼 딸려 온 거였다. 나는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가득 담아 거실 창가로 갔다. 날씨는 흐렸다. 이른 아침, 좁은 거실 유리창 너머로 안개가 가득했다. 개를 버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2016 제7회 천강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작인 문서정(52, 경주 출신, 현재 포항 거주)씨의 단편소설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의 첫 문단이다. 천강문학상은 경남 의령군이 홍의장군 곽재우의 애국정신 함양과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제정, 시행하고 있는 문학상으로 올해 7회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4일 위원회를 개최하고 제7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1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전격 결정하고 발표한 것. 가장 상금이 많은 소설 부문 대상에서 문서정 작가가 단편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으로 1천만원의 상금을 받게 되는 경사를 맞았다. 지난 9월 한달간 작품을 접수한 제7회 천강문학상에는 시를 비롯해 시조, 소설, 아동문학, 수필 등 5개 부문에 걸쳐 공모해 모두 754명에 3781편이 응모했다. 분야별로는 시 217명에 1538편, 시조 70명에 504편, 소설 138명에 233편, 아동문학 동시 125명 893편과 동화 50명에 150편,수필 154명에 463편이 접수됐다고 한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금요일,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문 작가의 소설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은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속물적 근성과 물질적 욕망을 들여다보게하는 단편이다. 문 작가는 “모두들 내가 서 있는 자리보다는 한 계단 위로 가 서보고 싶죠. 내가 위로 올라가는데 장애가 되는 것들은 버리고 싶은 현대인의 욕망을 다루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이 작품 속 주인공이고 화자인 ‘나’입니다. 작품 속에서는 ‘나’가 옛 연인이 맡기고 간 개를 버리러 가는 상황을 계속 보여주고 있어요. 옛 연인이 맡기고 간 조카는 청소년쉼터에 위탁하기로 된 상황이고요. 주인공도 어릴 때 어머니에게서 버려졌던 아픔이 있죠. 결국 주인공은 개와 옛 연인의 조카만 버리는 게 아니라 어머니까지 버리게 됩니다”고 하면서 현대인들의 쓸쓸한 단면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한편, 수상소감에서 문서정 작가는 “소설을 쓰는 일이 허공에 못질을 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느끼고 있을 때, ‘등을 밀어 줄 바람 한 줄기 있다면 한 문장 더 나아갈 수 있을 텐데’ 하고 속울음을 삼키고 있을 때 수상 소식을 받았습니다.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가겠습니다. 큰 상을 받았으니 눈길을 걸어도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줄 한 줄 더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라며 두려운 약속이지만 좋은 소설을 오래 오래 쓰겠다고 수상의 기쁨을 전해왔다. -문서정 작가는 경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동리목월문학관 문예창작대학을 수학했으며 올해 제7회 천강문학상 대상(소설) 당선을 비롯해 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5 제2회 에스콰이어 몽블랑 문학상 대상(소설) 수상,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09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08 시흥문학상 수필부문 금상 등을 다수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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