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지진으로 파손된 문화재보호구역 내 화장실 지붕 및 담장 기와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일부 사적지 주차장에 위치한 화장실 지붕의 파손된 기와 등이 문화재보호법에 적용돼 지진 발생 40여 일이 지나도 제대로 된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보, 보물, 사적 등 중요 문화재 자체의 파손이 아니라 주차장 화장실과 사적지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에 대해서도 이 법이 적용돼 복구가 늦자 시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지진 여파로 관광객이 평소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에 지진 흔적들을 방치하다시피 두고 있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주시의 관광활성화 정책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대표적 사례는 사적 제20호 무열왕릉 주차장 내 화장실 지붕기와, 사적 제1호 포석정 화장실 지붕 및 담장, 사적 제21호 사적 제172호 오릉 관리동 지붕 및 담장 기와 등 20여 건에 이른다. 국보와 보물이 소재한 곳에 담장 등의 보수도 6여 건이다. 문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사적지 담장과 화장실 지붕 기와 보수는 문화재보호법 상 현상변경에 해당되는 조치로, 설계승인 등을 거쳐야 해 일반적인 보수와는 달리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피해조사를 거쳐 지난 4일에서야 30건에 이르는 경주지역 문화재 긴급보수사업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서를 사업지침과 함께 경주시로 내려 보냈다. 지진 발생 후 22일만이다. 문화재청의 늑장조치에 이어 문화재보수정비 사업지침에 따른 모든 절차를 거쳐야 복구가 가능해 간단해 보이는 담장 기와보수에도 향후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아무리 경미한 보수라도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복구하면 결국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어서 경주시는 행정절차에만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이 관광지 내 곳곳에서 벌어지자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무열왕릉을 찾은 한 관광객은 “경주 지진이 이젠 진정세에 들었다고 해 관광지를 방문했는데 화장실 지붕 기와가 파손돼 몇 번이나 쳐다보고 안전한지 확인한 뒤 이용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방치해두면 관광객들에게 지진 피해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이미지가 그대로 남게 돼 다시 찾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국사 다보탑 등 중요 문화재의 보수정비는 충분한 고증을 거쳐 신중히 복원하는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사적지 화장실 지붕 및 담장 기와는 일부 파손된 것으로 복구에 어려움이 없는데도 문화재와 동일한 법을 적용해 오랫동안 방치한다는 것은 경주 관광을 망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왜 늦어지나? 문화재청 지침에 따르면 국보 제20호 불국사 다보탑과 국보 제30호 분황사 모전석탑의 보존처리와 국보 31호 첨성대 지진피해 안전조치 등 중요 사업은 ‘국가검토’사업으로 분류해 문화재청이 직접 수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경미한 보수사업으로 분류된 사적지 내 담장 등은 ‘지방검토’로 경상북도에서 설계도서 전반에 대해 검토, 승인 및 감독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그나마 지방검토로 분류된 담장 등의 보수 사업은 문화재청의 검토 승인 등이 간략해 국가검토 사업보다는 진행속도가 빠르지만, 절차 등이 복잡하긴 매한가지다. 실제 이들 화장실 지붕 기와 등의 보수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보면 바로 드러난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방검토 사업으로 분류된 화장실 등에 대한 복구를 위해 문화재청이 긴급보수비를 내려 보내면 지자체는 시의회에 예산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복구를 위한 설계를 발주한 뒤 설계승인을 경상북도로부터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문화재위원 또는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공사 금액에 따라 수의 또는 입찰 계약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복구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설계 및 공사 업체는 각각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실측자격이 있는 업체와 문화재보수단청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입찰로 진행되는 계약은 입찰공고기간이 통상적으로 2주이기 때문에 수리업체를 선정하는데도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복잡한 규정과 절차 및 업체선정 등으로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사적지 내 경미한 지진피해 복구로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시민들의 불만은 한없이 높아가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데로 즉각 설계발주를 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면서 “지방검토 사항에 대해서는 경북도와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복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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