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12지진과 10월 5일 닥친 제18호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는 한 달여 사이에 두 차례나 특별재난지구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9.12지진으로 인한 피해지역복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주 동남부지역(양남, 양북, 감포, 외동)를 휩쓸고 간 태풍은 짧은 기간 내린 집중 호우로 인해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 338건에 178억원, 사유시설 8건에 14억원 등 192억원 가량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비만 3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피해로 인해 최양식 시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발생으로 경주지역이 17일 특별재난지구로 선포되었고 복구에 소요되는 국비 202억 원 정도를 지원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9.12지진 이후 연이은 특별재난지구선포다.
경주시로서는 자연재해발생으로 인해 입은 큰 피해를 특별재난지구선포라는 결과로 갈무리해 예산지원 등 각종 행정적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정작 연이은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경주시의 재난대책이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동남부지역 주민들은 경주시가 이미 예견된 태풍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의 재난대응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태풍 ‘차바’가 경주를 덮친 지난 5일, 오전 5시 태풍주의보, 10시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이어 집중호우로 2명이 숨지고 산사태, 주택 및 도로 침수, 하천범람 등으로 곳곳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방도 945호선 추령터널구간, 유림지하차도, 동대병원 앞 지하도 등 도로 8개소가 교통이 통제됐다. 또 일부 동남부지역에는 상수도가 끊기고 전기마저 끊기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나 정작 경주시는 시민들은 이 같은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경주시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재난상황을 알리는 내용을 소홀히 했다.
특히 갑자기 불어난 물로 서천둔치가 잠기면서 주차된 차량 59대가 침수돼 역대 최고 차량 유실사고를 기록했다. 시는 4일 오후부터 서천둔치 진입로를 차단한 뒤 차량을 견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태풍의 경우 최소한 1~2일 전에 예고된다. 시가 하루 전에라도 근무자를 배치해 관리를 했더라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두 차례의 일어난 재난에 대한 시의 대응을 보면 여전히 시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지진의 경우는 경주시와 같은 지자체에서 사전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태풍이나 홍수 등은 지자체별 특징이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매뉴얼보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세밀한 대응책이 더 적절하며 조치가 빠르다.
물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잘 수습하기 위해 특별재난지구선포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재해가 날 때 마다 꼭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경주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시는 자연재해로부터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경주시의 재난대응이 더 이상 ‘사후약방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