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전반기 경주시의회에서 한차례 부결됐던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 건립’,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 관련 안건이 지난 11일 문화행정위원회 심의에서 원안가결됐다. 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는 이날 안건 심의에서 경주시가 상정한 ‘2016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제5차 변경(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들 안건은 지난 5월 16일 제213회 임시회 문화행정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인데다, 후반기 시의회 원 구성 완료 후 지난 7월 14일 처음 열린 간담회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이날 심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의견은 있었지만, 집행부를 상대로 한 질의응답 후 15분여간 정회를 통해 비공개로 의원들 간 의견조정 뒤 곧바로 가결시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과 5개월 전 부결시켰던 안건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재상정했는데도 별다른 견제 없이 가결시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시의회는 14일 제21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문화행정위원회가 심의한 안건에 대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위한 관광 상품 개척 경주시에 따르면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 건립은 중국의 대표적 성인인 지장보살 김교각 스님에 대한 인물 재조명과 중국 명차인 김지장차의 근원이 된 신라 차문화 홍보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김교각 스님의 상징화와 신라 차문화를 연계한 관광 상품으로 시내권에 차문화관을 건립하고, 헌다벽화 등 차 문화 유적이 있는 기림사 일대는 차 문화 성지로 조성한다는 계획. 경주시 교동 82-1번지 일원에 56억원(국비 21억5000만원, 도비 5억원, 시비 29억5000만원)을 들여 부지 3919㎡를 매입하고, 2019년까지 차문화관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9월 내년도 국비 2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또 기림사에는 11억원을 들여 차 체험시설 등을 조성해 차문화관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은 연면적 1486㎡에 2층 규모로 1층은 ‘김교각관’, 2층에는 신라다원을 조성한다. 김교각관에는 김교각 스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전시·홍보·영상관과 상징물, 안내소 등을, 신라다원에는 다도체험관, 세계 차 및 다구 등 전시, 차 판매소, 편의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 등의 건립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김교각 스님은 신라 성덕왕의 첫 번째 왕자로 24세에 당나라로 건너가 중국 안휘성 구화산의 개산조사(開山祖師, 처음으로 절을 세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가 됐고,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추앙받고 있다. 김교각 스님이 당나라로 갈 때 삽살개, 차종자, 황금볍씨를 가져갔고, 지금 이를 활용해서 구화산의 금지차가 아주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내년 ‘김교각과 신라 차문화 조사연구용역’을 통해 김교각 스님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새로운 관광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김교각 스님을 테마로 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한중 차문화 교류 활성화 및 중국인 관광객 등 장기적 관광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림사에는 차와 관련된 유적으로 오종수(五種水·다섯 종류의 샘물)와 약사전에 국내 최고(最古)의 헌다벽화가 있으며, 현재 1만㎡ 규모의 차밭이 있다. -무형문화재 전수관 2018년 건립 목표 ‘무형문화재 전수관’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무형문화재를 보호·육성한다는 목적으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무형문화재 공연장 및 교육장이 없어 통합된 전수관 신설이 절실하고, 관광자원과 연계해 전통문화계승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서부동 93번지 일원(서경사 옆 주차장 부지 일원) 1901㎡의 시유지에 연면적 660㎡, 지상 2층 규모에 사무실과 교육관(공연장), 연습실 등을 갖추고 국가 및 경북도 무형문화재의 전수시설로 무상 위탁할 계획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전통장(김동학)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홍보가(정순임), 가곡(박기자), 가야금병창(주영희) 등 4명의 연습실, 교육관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김해자),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5호 전통먹장(유병조) 등 자체 전수관을 활용하고 있는 무형문화재는 이곳에 들어가지 않는다. 경주시는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에 따른 건축비와 주변 정비 등에 사업비 31억5000만원(국비 15억, 도비 4억5000, 시비 12억)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전수관 건립사업을 위한 내년도 국비 5억원을 확보했다. 사업비는 당초 30억원에서 건축부지 앞을 가로막는 사유지 64㎡를 매입해 공간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시의회의 지적에 따라 부지매입비용 1억5000만원이 추가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 건립으로 후진 양성 및 전통문화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관광객 유치 및 지역 주민의 경제적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시에는 교동법주, 누비장, 전통장 등 3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가야금병창, 가곡, 판소리 흥보가, 경주먹장 등 4개 도지정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안건 심의에서는 어떤 말 오갔나?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 건립’과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에 따른 사업부지 확보를 위해 경주시가 상정한 ‘2016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제5차 변경(안)’은 지난 5월 경주시의회에서 동리생가복원 사업과 함께 부결된 의안이다. 당시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점과 향후 유지·관리 등 운영비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대했었다. 이번 심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김교각 신라 차문화관 건립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향후 운영비와 김교각 스님에 대한 기록 부재 등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최덕규 의원은 “중국 구화산에 있는 김지장차가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차 전시관에는 둥글레차, 보이차를 전시하고 녹차를 판매하는 것은 김교각 스님과 관련이 없다”면서 “최치원 선생과 비교하면 김교각 스님이 태어나서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인 24세 때가지 신라왕자로서의 기록과 흔적이 없는데 전시관에 전시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영희 의원도 “차 판매를 한다고 했는데 김지장차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차를 재배하는 밭고 없다. 운영비를 뽑기 위해 다른데서 차를 구입해 국적도 불분명한 차를 팔면 일개 상점으로 전락한다”면서 “이익을 위해 녹차, 홍차를 팔다보면 김지장차라는 본래 목적도 없어진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임보혁 경주시 미래사업추진단장은 “별도로 용역을 통해 김교각 스님과 김지장차 등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과 관련해서는 김영희 의원은 “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많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향후 사용자가 없어 전수관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이를 충분히 검토해 최소한의 경비와 운영비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현주 의원은 “차 문화관은 예산 및 사업계획이 불투명하고, 무형문화재 전수관도 국비지원 취지와 달리 응용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며 “차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행 전 행정의 건전성, 투명성에 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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