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9.12지진과 태풍 등 연이은 자연재난을 맞으면서도 재난발생 시 대응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경주지역을 덮친 태풍 ‘차바’로 지역 곳곳이 침수되는 등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도로통제 상황 등 최소한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아 비난이 일고 있다. 9.12 지진을 겪으면서 불거졌던 대시민 재난문자발송시스템 구축은 차치하더라도 위기상황이 예견됐던 태풍 내습 당시 보여준 경주시의 재난대응 능력이 낙제점이라는 것. 태풍 ‘차바’로 인해 이날 오전 5시 태풍주의보, 10시 태풍경보가 잇따라 발효됐던 경주에서는 집중호우로 2명이 사망하고 산사태, 주택 및 도로 침수, 하천 범람으로 인한 농경지 침수 등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방도 945호선 추령터널 구간, 국도 31호선 봉길터널 구간, 유림지하차도, 동대병원 앞 지하도, 금장골프장 앞 도로 등 8개소의 교통이 통제됐다. 또 외동읍 3곳, 불국동 1곳, 양남면 1곳 등 5개소에 지방상수도가 단수되고, 양남 상계리 등 4개소에는 전기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그러나 경주시 홍보를 위해 운영해오던 경주시 홈페이지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트 등 SNS 계정에는 이 같은 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일절 없었다. 당시 시 홈페이지 등은 신라문화제를 알리는 홍보 등 각종 문화행사 등의 안내만 가득했을 뿐, 재난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홈페이지 및 SNS 등은 근래 들어 각종 재난 발생 시 많은 사람들에게 신속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이를 활용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의 이 같은 미온적 대처로 인해 이날 교통통제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이날 오후 갑자기 불어난 물로 서천둔치가 잠기며 주차된 차량 59대가 침수됐다. 이곳에서 그동안 태풍과 홍수 등으로 침수된 차량의 수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경주시는 지난 4일 오후 10시부터 서천둔치 진입로를 차단한 뒤, 차주와 연락이 되지 않은 주차차량에 대해 견인조치를 하는 등 피해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지만 역부족이었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로 미처 모든 차량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사후조치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민 A씨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견인된 차를 찾으려 했지만 어디에도 견인된 장소가 기록되지 않아 차를 찾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민들의 태풍 피해 접수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태풍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신고접수를 위해 경주시에 전화를 하면 해당부서가 아니라며 다른 부서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경주시의 대응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민원이 속출하기도 했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땅 밑 지진은 예고 없이 찾아와 대비가 어렵다지만, 태풍 피해는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경주시의 대응에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면서 “경주시 차원의 재난대응 체계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9.12지진으로 재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태풍 ‘차바’로 인한 재난 대응마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주시 차원의 체계적인 재난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재난으로 인해 도로침수인 경우 도로과, 교량 피해 건설과, 건축물 피해 건축과, 농경지 피해 농정과, 문화재 피해는 문화재과 등 경주시 각 해당 부서에서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안전재난과에서 취합하는 구조다. 만약 도로침수 신고를 안전재난과로 해도 대부분이 해당부서인 도로과로 다시 접수해야 하며, 복구 등 대책마련 역시 해당부서가 진행한다. 이로 인해 재난에 따른 피해신고 접수부터 시민들의 혼선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경주시가 단일화된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해 재난 발생 시 피해 접수에서부터 관련 정보제공, 대피, 복구 등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주시의회 한 의원은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경주시 차원에서 충분히 대응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9.12 지진으로 얻은 경험을 교훈삼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신속한 재난 상황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구조다. 경주시가 재난에 대응해 나름 노력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없다”면서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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