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지진 발생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가 백지화된 국립중앙트라우마센터 등과 같은 전문기관 건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국가적 재난발생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하기 위해 추진했던 국립중앙트라우마센터는 정부와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차일피일하다가 결국 무산됐었다. 외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심리적 외상을 말하는 트라우마(Trauma)는 주로 신체적 외상보다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심적·정신적 외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같은 정신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이나 사고, 자연재해, 폭력, 강간 등 심각한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PTSD 환자는 꿈이나 생각으로 사건을 반복적으로 재 경험하며 그로 인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 무력감,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게 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증상은 사건 이후 몇 십 년이 지나 나타날 수도 있으며 특히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다시 새로운 충격을 받으면 PTSD와 같은 증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9.12지진으로 인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경주시보건소에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해 상담한 사례는 268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인해 심리상태가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태풍, 수해 등 자연재해와 화재,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대형인재 등의 위기상황을 경험한 이들은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후유증을 앓는 사람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은 곧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길게는 5~10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피해자에 따라 재난 후 단기응급치료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1995년 고베대지진 후 재난극복을 위한 대응매뉴얼 정립은 물론 재난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심리적인 안정을 갖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난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피해자 및 유가족의 정신적 외상까지 보살피는 시스템을 완비한 것이다. 미국도 1989년부터 국립PTSD센터를,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 전쟁 때부터 국가적 차원의 PTSD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재난으로 인해 나타나는 눈에 보이는 물적 피해는 복구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정신적 피해는 재난의 종류와 피해자 연령, 개별 성격에 따라 다르며 자칫 시기를 놓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9.12지진 이후 경주지역에는 심적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경주시 재난심리지원팀이 꾸려져 가동됐다. 하지만 이번에 가동된 지원팀은 국가차원의 시스템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민들이 각종 재난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피해국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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