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화가 살아 있어야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 파란 많은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들의 귀중한 문화유산들은 오늘날 폐허의 잔해 속에서도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입구에 걸려 있는 문구와 함께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귀한 전시가 경주를 찾았다. 보기 힘든 이 전시는 동양권 최초로 아프가니스탄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를 오는 11월 27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개최하는 것. 이번에 선보이는 유물은 예술과 문화, 무역, 경제, 철학이 융합된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류 유산의 걸작을 경주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이 전시 개회식때는 국립아프가니스탄 박물관 관장(모하마드 파힘 라히미),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 참사관(걸베트칸 자드란) 일행도 참석해 그들의 역사문화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의 소장품 223건을 중심으로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며 국내에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경주에서 공개하는 전시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문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문화 연구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컬렉션이며 이 전시를 계기로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2번째 전시 국가로,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과 정치적 혼란으로 문화재를 지켜내기 힘든 국가임에도 어렵게 지켜 낸 그들의 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접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재 복구, 보존 처리에도 우리가 일조할 수 있는 전시로 보인다. -4부로 구성... 테페 푸롤, 아이 하눔, 틸리야 테페, 베그람 등 네 곳 유적지 시기별 흐름에 따라 소개 이란 고원 동북단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등에 둘러싸인 내륙 국가다. 지형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지역은 서쪽의 유럽, 동쪽의 중국, 남쪽의 인도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토착적 요소와 외래적 요소가 상호 융합 탄생한 아프가니스탄의 고대 문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문화 연구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돼 테페 푸롤(Tepe Fullol), 아이 하눔(Ai Khanum), 틸리야 테페(Tillya Tepe), 베그람(Begram) 등 네 곳의 유적지를 시기별 흐름에 따라 소개한다. -1부...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과의 교류 짐작 1부에서는 기원전 2천년 경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을 소개한다. 해발고도 3천 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이 지역은 비옥한 경작지이자, 청금석의 주요 교역지로 큰 번영을 누렸던 곳이다. 1966년 지역민이 우연히 발견한 금은기로 유적의 실체가 밝혀졌는데, 상당량이 소실되어 출토지 정보가 부족한 편이다. 현재 출토된 황금잔의 기하학 무늬와 동물의 표현 등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과의 교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2부...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 혼합한 ‘헬레니즘’ 문화 특징 보여줘 2부에서는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군주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 이후 세워진 아이 하눔 유적을 소개한다. 옥수스 강(오늘날 아무다리야 강) 유역에 위치한 이 도시 유적에서는 신전, 궁전, 경기장, 도서관, 반원형 극장 등 그리스 도시의 전형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그리스 문자나 신화의 내용도 고스란히 발견됐다. 인도에서 난 상아로 만든 전래품도 발견돼 이 지역의 국제성을 보여준다. 건축에서는 페르시아적 요소가 사용되는 등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혼합한 헬레니즘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3부...여성이 쓴 채로 출토된 금관,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는 전시품 3부에서는 ‘황금의 언덕’이란 뜻의 틸리야 테페 유적과 황금 문화유산인 그 발굴품을 소개한다.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로 세상에 드러난 이 유적은 당시 이집트의 투탕카멘 발견에 버금가는 중요한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틸리야 테페 유적에서는 왕으로 생각되는 남성 무덤을 가운데에 두고 주위를 둘러싼 5명의 여성 무덤에서는 화려한 금관을 비롯하여 세밀하고 정교한 금제 장식들이 발굴되었다. 기원후 1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박트리아의 황금’이라 불리는 화려한 금제 부장품들은 당시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유목민들의 광범위한 교역 활동을 보여준다. 이들의 국제적이고 다양한 문화에는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스키타이-시베리아 등 매우 폭 넓은 문화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특히 6호 무덤에서 여성이 쓴 채로 출토된 금관은 일찍이 신라 금관의 기원 연구 등에서 큰 관심을 받아 온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는 전시품이다. -4부...활발했던 동서 문물 교류의 상황 살펴볼 수 있어 4부에서는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로 번영했던 베그람 유적을 소개한다. 베그람은 7세기 중국의 승려 현장이 기록한 ‘카피시국’의 도읍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궁전터에서 많은 양의 유리기, 청동기, 석고, 칠기 등 다채로운 문화유산이 출토되었는데, 각각 인도, 로마, 그리스, 이집트, 중국 등의 영향을 보여준다.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모습에서 활발했던 동서 문물 교류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특별사진전, `아프가니스탄의 자부심` 전 또한 이번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유네스코 아프가니스탄지부와의 협조로 특별사진전 “아프가니스탄의 자부심 ‘The Afghanistan we are proud of’”의 출품작을 소개해 아프가니스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보물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2006년 파리의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런던의 영국박물관, 일본 도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지금까지 12개국을 순회하며 19개 기관에서 순회전이 개최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20번째 개최 기관이다. 11월 27일까지 휴관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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