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원인, 뇌인지 귀인지부터 파악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4년 61만 2749명으로 2006년에 비해 1.5배 늘었다.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33만 명으로 과반수였다. 대기업 임원 이모(50) 씨는 얼마 전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하늘이 빙빙 도는 것처럼 몹시 어지러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씨는 덜컥 겁이나 병원을 찾았고, ‘일과성 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경미한 뇌졸중이 잠깐 생겼다 지나가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이내 좋아지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어지럼증은 일과성 뇌졸중의 대표적 증상이나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수반되는 증상이어서 일과성 뇌졸중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한밤중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감을 느낀 양모(62) 씨는 뇌졸중이 생긴 줄 알고 응급실에 갔다. 하지만 CT를 찍어봤더니 뇌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음날 이비인후과 검사에서 이석증이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나왔다. 어지럼증의 80% 정도는 귀에 원인이 있다. 건설 토목 분야 일을 하는 김모(53) 씨는 얼마 전부터 자꾸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더위를 먹은 것으로 생각하고 휴식을 취했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뇌졸중이라 생각해 병원에서 뇌 MRI를 찍었지만, 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귀 전정기관 이상으로 생긴 ‘양성 발작성 체위(體位)성 어지럼증’이었다. 생활 속에서 가장 흔하게 느끼는 어지럼증은 앉았다가 일어설 때 앞이 깜깜해지며 어지러운 ‘기립성(起立性) 어지럼증’이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경험하는데 일어설 때 혈관 압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이상을 일으켜 피가 다리 쪽으로 쏠려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생긴다. 운동 부족이나 몸이 쇠약한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나지만 빈혈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어지럼증 원인으로 뇌 쪽 대표인 일과성 뇌졸중과 구분해야 할 대표적인 이비인후과 질환은 전정 신경염이다. 이는 감기를 앓고 난 뒤 생기는 것으로 공통적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하늘이 뱅뱅 도는 것처럼 심하고,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 반면 일과성 뇌졸중은 그보다 덜 어지럽고, 증상 지속시간도 수분에서 1시간 이내로 짧지만 일과성 뇌졸중은 경미한 팔다리 저림이나 마비증상, 언어장애, 시력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뇌졸중과 기타 질환을 감별해내는 것은 어렵다.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어지럼증이 생기면 일단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졸중의 위험인자는 고령,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이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다양한 감별진단 장치들이 있다. 우선 비디오안진검사로 어지럼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눈동자를 관찰하는데,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귀(전정기관)와 뇌(소뇌) 중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지럼증을 극복하기 위해 재활치료가 필요한지 알아보려면 동적 자세검사를 한다. 움직이는 발판에 서서 시각·다리 감각·평형감각 능력을 평가한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면 이비인후과를 찾는 게 좋다. 반면 걷거나 서 있을 때 중심을 잘 못 잡는다면 신경과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소뇌·전두엽·기저핵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뇌질환과 연관된 어지럼증 중추성 어지럼증은 몸이나 머리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공중으로 붕 뜬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며 어지러운 것이 특징이다. 뇌졸중, 뇌종양, 심한 편두통 등이 중추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데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게 되면 이 질환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어지럼증 환자의 30% 정도는 검사상 정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뇌종양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대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 후 치료에 임해야 한다. 일과성 뇌졸중의 경우, 절반 정도가 뇌졸중으로 이어지지만,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깨끗하게 낫는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노인의 절반 이상에서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 환자가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뇌졸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에 온 294명(남 141명, 여 153명)을 대상으로 MRI 검사를 한 결과, 전체의 38.7%인 114명에게서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어지럼증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은 40대 14.6%, 50대 35%, 60대 51.2%, 70대 64.7%, 80대 이상 56.3%로 연령이 높을수록 높았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당뇨·고혈압·고지혈증·심장질환 등 성인병을 하나 이상 가진 사람은 142명으로 이들 중 58%인 83명에게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뇌졸중에 걸린 적이 없으며, 언어마비나 감각장애,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뇌졸중 전조증상도 경험하지 않은 단순 어지럼증 환자였다. 어지럼증이 있는 노인이나 성인병환자는 뇌졸중 전조증상이 없더라도 뇌졸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중년 뇌졸중 비상 우리나라 40~50대 중년층에 ‘노인성 뇌혈관질환’ 비상이 걸렸다.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65세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는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약 20%가 40~50대 중년층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40~50대가 급속히 증가한 원인으로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을 꼽는다.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40~50대가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을 앓으면서 그 결과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혈관질환자가 급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인지(認知) 기능을 관장하는 뇌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혈관성 치매가 올 수 있다. 중년에 생기는 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① 두뇌·신체·사회 활동은 ‘올리고’ ② 체중·혈압·혈당은 ‘낮추며’ ③ 술·담배는 ‘멈춰야’ 한다. 당장은 체중·혈압·혈당수치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으면 뇌혈관이 손상된다. 30~40대의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혈압 수치도 모를 뿐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고혈압은 30대 8%, 40대 15%가 앓고 있을 정도로 그 나이에도 흔한 질환이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의 발표 논문을 보면 30~40대 고혈압 인지율은 36.1%였고 치료율은 26.4%, 조절률은 15.3%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60대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니 고혈압 관리의 첫 번째 수칙은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려면 젊어서부터 스스로 자기 몸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 대구북부검진센터 건강증진의원장 허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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