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피해나 늘어나고 시민들이 불안해하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대표, 국무총리, 정부 관계부처 장관 등이 잇따라 경주를 방문해 피해현장과 월성원전을 둘러보았다. 지진 발생 다음날인 13일 국무총리를 비롯한 행자부, 산자부 차관, 문화재청장 등이 경주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 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여야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경주를 방문했다. 경주가 이처럼 관심을 받은 적이 또 있었는가 할 정도다. 지난 20일 경주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지진으로 피해가 큰 황남동 일대와 월성원전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한 후 정부차원의 신속한 지원과 특별재난지역선포, 지진매뉴얼 재점검 등을 관계 장관과 차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9.12지진은 규모 5.8로 우리나라 지진관측 이후 최대 규모다. 처음 강진을 경험한 경주시민들은 물론 국민들은 지진의 위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는 지진 발생 이후 뒤늦은 긴급재난문자 발송,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먹통, 통신두절, 지진대응매뉴얼 부재 등으로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다. 연간 규모 6.0지진이 20여 차례 이상 발생하는 일본을 지척에 두고 있는 한반도는 지진에 관한한 일본열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번 9.12지진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는 판명이 난 셈이다. 그동안 한반도 내륙지역과 해역에서는 규모 5.0이상 지진이 7회에 걸쳐 발생했고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5.8의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문제는 1978년 충남 홍성읍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0이상 지진이후 수차례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낮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진대응매뉴얼은 형식적이고 정치권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자연재해를 둘러싸고 서로 잘잘못을 따지면서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지진(재난)대응매뉴얼은 피해예방보다는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 또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9.12지진이 발생하기 전,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발생 시 대응하는 방법(피해장소 공지 및 피해요령 등)만 미리 홍보했더라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태풍과 홍수, 화재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형지진은 물리적인 피해 못지않게 신체적, 정신적 충격이 더 크며 공포감에서 벗어나려면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국민들의 심리적인 불안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이번 9.12지진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대통령과 정부 관계부처장, 정치권이 경주방문에서 시민들에게 밝힌 내용을 실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재난대응매뉴얼 이외에 사전교육과 홍보에 중점을 두는 지진대응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은 관계법령 제정 및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지키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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