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임신을 피한다는 뜻이다. 원하는 시기에 임신하고, 원하지 않는 시기에는 임신하지 않도록 해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 성욕은 임신과 불가결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평생 성욕을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것도 그다지 일반적이지는 않기에 성적 욕망이 있다면 반드시 임신과 피임에 관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피임 방법들이 있고, 동서고금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피임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사항이라 생각해 왔으니 하나하나 연재 서술해 보기로 한다.
[주기법]
여성의 생리는 주기를 가진다. 많은 이들이 혼동하는 것이 바로 생리 주기의 첫째 날인데, 생리 하혈이 시작되는 그 날이 바로 생리 주기의 첫날이다. (하혈이 끝나는 날은 생리 주기 첫날이 아니다. 하혈이 끝나는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생리 주기가 시작되면서 끝날 때까지의 기간이 평균 28일(4주)인 셈이고 이 기간의 한복판, 평균 14일째에는 난자가 배출되는 배란일이 있다. 생리가 시작하면서 14일 동안은 에스트로겐은 활성화되는 시기이고, 배란 후부터 생리 주기가 끝날 때까지 14일은 프로게스테론이 활성화되는 시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생리 하혈이 시작하면서부터 배란일까지의 앞 14일 정도의 기간은 사람에 따라, 상태에 따라, 그 길이가 굉장히 다양해지는데, 배란일부터 다시 생리 주기가 끝나는 날까지는 거의 대부분 14일로 그 기간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나의 과거의 배란일이 언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나의 다가오는 배란일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자신의 배란일을 알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동물들은 암컷 자신은 물론이고, 수컷이나 심지어는 다른 종에게도 명백히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적인 신체 변화가 있는데, 인간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잘 모른다.
주기법, 즉 생리가 일어나는 시기로 그 중간쯤 발생하는 배란일을 피해서 성관계를 가지는 피임 방법을 쓴다는 것은 그래서 확실하지 않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하혈은 생리 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본인은 생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생리가 아닌 하혈일 수도 있고, 그렇게 생리 주기가 헷갈려 버리면 덜컥 원하지 않는 임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생리 주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한번 관계로 인한 임신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정자나 난자의 생존 시간을 하루로 잡고 배란일이 언제인지 모른 채 전혀 개의하지 않고 관계할 경우, 임신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따져도 5% 정도다. 거꾸로 말하면 95%는 임신과는 무관하고, 100명의 남녀가 이렇게 관계한다면 그중 5명 이하의 여성만 임신하고, 95명 이상의 여성들이 임신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욕망에 취약한 인간은 성관계를 딱 한번만 하고 중단하지 않는다. 한두 번 주기법으로 관계를 맺었는데, 임신이 안 됐으니 앞으로도 안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그리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주기법에 의한 피임은 단지 참고로만 삼아야 한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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