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두 번째 신라임금 이발하는 날 행사가 폭우 속에 겨우 열렸다. 사전 신청자가 3천명을 넘어서 날씨만 도와주었다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꽤나 알찬 2년차 행사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필자는 내년을 기약하며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한다. 작년에는 행사 첫 해라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자 목표인원을 정해 놓았지만 이젠 그러지 말자는 거다. 담당자들이 숫자 채우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창의적인 발상이 제약을 받는다. 왕릉벌초 본연의 진정성을 행사에 녹여내는데 집중했으면 한다.
왕릉벌초 기술은 경주고유의 문화다. 다시 말해 잡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3인 1조의 벌초기술에는 현재를 사는 경주인의 지혜가 담겨있다. 이러한 벌초기술의 과학성을 증명하는 작업은 어떨까. 더불어 신라시대 이래 벌초기술의 발전추이를 짚어보는 것도 재미나겠다.
한편 왕릉벌초에 3인 1조 방식 말고 “더 좋은 기술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한번 던져보자. 공모를 통해 벌초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신라임금 이발하는 날 행사의 취지를 전국에 확산시키고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다.
벌초는 무덤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주위를 정리하면서 조상을 기리는 행위다. 한마디로 교육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벌초할 조상의 묘가 없는 사람이 많다. 가까운 미래엔 매장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라고 한다. 이러면 신라 왕릉은 매우 희귀한 교육 콘텐츠가 된다. 신라 왕릉이 ‘벌초’라는 교육적 체험을 파는 유일무이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외국에 많이 알려야 한다. 이 거대하고 오래된 신라 왕릉을 3인이 1조가 되어 꼭대기부터 원을 그리며 벌초하는 광경은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다. 우리는 작년 행사를 통해 경주가 보유한 고유자원의 힘을 이미 확인했다. 지상파 7개 프로그램이 신라임금 이발하는 날을 ‘자발적’으로 취재하러 내려왔다. 외국이라고 해서 보는 눈이 다르지 않다.
신라임금 이발하는 날을 해외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세계적인 명작 소설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에 단서가 있다. 경주를 소설 속의 대인국(大人國)으로 묘사하면 외국인들이 한층 더 흥미롭게 여기며 방문할 것이다. 이렇게 신라 왕릉을 해외에 알리다보면, 앞으로 세계의 모든 교과서가 신라 왕릉을 이집트의 피라미드만큼 소개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신라임금 이발하는 날은 금기(禁忌)를 깨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신라 왕릉은 조상의 묘이기도 하고, 오랜 동안 삶을 함께 한 문화재이므로 당연히 잘 보존되어야 한다. 하지만 왕릉에 올라가고 싶은 욕구 또한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금지하지만 이 날 만큼은 일정시간 동안 허용하는 절충안도 필요하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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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