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12지진(경주지진)에서 드러난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안전대책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경 발생한 규모 5.1 지진과 50여 분 뒤 일어난 규모 5.8 지진으로 인해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지진과 같은 강진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지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해본 적이 없었던 시민들은 재난위기 상황의 기본인 대피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지진은 예측불가능하며 순식간에 닥친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지진대응 절차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대비가 아닌 발생 후 피해를 수습하는 매뉴얼에 치우쳐 있다. 이는 지진재난 대응에 있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전피해예방보다는 사태가 벌어진 뒤 수습하는 우리나라 우리나라 재난관리체계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바로 밑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 차장 국민안전처 장관/대규모 재난시 본부장 국민안전처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중앙부처의 장)-시도 재난안전대책본부(시, 도지사), 시군구 재난안전대책본부(시, 군, 구청장) 구조다. 지진대응 표준 절차는 규모 4.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상황판단회의 없이 자동적으로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된다. 절차는 지진정보접수-중대본, 중수본 가동-피해상황 보고 및 비상근무 강화 지시-중대본 회의 개최-재난사태 선포-중앙합동조사단(피해규모) 및 지진피해원인조사단 운영-특별재난지역 선포-사고 수습-상황종료 순이다. 이번 9.12지진으로 밝혀진 우리나라 지진대응프로세스는 형식에 가깝다. 재난 위기관리 기본전략은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가 주 매뉴얼이다. 물론 긴급성을 요하는 재난현장은 재난대응체계의 제대로 된 초기가동이 가장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매뉴얼 자체가 예방과 대비보다는 일이 벌어지면 대응하고 복구하는 재난관리 시스템이 반복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뒷북 행정의 전형이다. 특히 예측불가능하게 순식간에 일어나 혼란에 빠지게 하는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피장소 및 대처요령 등에 대한 사전홍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안전처는 물론 지자체도 이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 지진 발생 후 오후 8시32분경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무용지물이었다.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하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다’는 안내문만 볼 수 있었다. 복구 이후도 별 효용이 없는 내용뿐이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에 있는 대피시설 안내에는 안전진단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전국의 지하주차장, 각종 건물 등 민방위 대피소를 그대로 대피시설로 20일 현재까지 버젓이 안내하고 있다. (경주시의 경우, 중앙시장 지하주차장, 국민은행 지하주자장 등) 경주시 한 관계자는 “아직 지진대피 장소에 대해 정해진 것도 홍보한 것은 없다. 이번을 계기로 대피장소를 정하게 되면 사전에 홍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생명 지키기 위해 사전대응에 철저한 일본 일본은 1959년 이세완 태풍을 계기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방재체제의 정비를 위해 1961년 재해대책기본법을 제정했고, 이후 1995년 1월 17일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대지진) 등 대규모 재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정비해 왔다. 특히 사망자 6437명, 부상자 2만6804명, 이재민이 20여만명에 달했던 한신·아와지 대지진 후 인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시 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쓰나미 다카오스테이션은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영상자료 등을 통해 보여주며 주지시키고 있다. 또 고베대지진 이후 건립한 고베시 동부 신도심에 있는 ‘사람과 미래 방재센터’는 재해예방 및 대처, 문화형성과 지역 방재정책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센터는 상설전시, 현지조사, 방재연구, 자료수집 및 보존, 재해개책전문가 육성, 해외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지진(재해) 피해 최소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평소에도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주지시키고, 대피 및 생존을 위한 사전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지진발생 후 대응 못지않게 국민들이 사전에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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