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인한 여진 발생 횟수가 400회를 넘어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 10분 현재 누적 여진 발생 횟수는 총 412회를 기록했다. 규모별로 1.5 이상 3.0 이하 여진이 395회로 가장 많이 발생됐다. 3.0 이상 4.0 이하 여진은 15회, 4.0 이상 5.0 이하 규모는 19일 발생하면서 종전 1회에서 2회로 늘어났다.
여진 발생 횟수 400회 돌파는 19일 오후 8시 33분 규모 4.5 지진 발생 후 3.0 이하 규모의 여진이 잇따라 발생해 많이 늘어난 것. 이처럼 최대 규모의 지진 발생 후 여진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피해발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진 규모에 비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크지 않지만 전통한옥 기와 파손을 비롯해 주택 벽체에 금이 가는 등의 재산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문화재 피해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7일째인 지난 19일 현재 경주시에 접수된 재산피해는 총 시설 피해는 사유재산 4011건, 74억8200만원, 공공시설물 94건(문화재 50건 포함), 32억1700만원 등 총 4105건에 피해금액은 106억99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진 발생 바로 다음날인 13일 집계된 사유재산 피해 건수 247건에 비해 무려 3700여 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문화재도 13일 45건에서 19일 4.5규모의 여진으로 인해 18건 추가된 58건으로 늘어났다.
-내남면 피해 가장 많아, 한옥기와 피해는 황남동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읍면동별 피해 건수는 지진 진앙지인 내남면이 963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황남동 608건, 외동읍 440건, 불국동 323건, 선도동 245건, 건천읍 199건, 성건동 192건, 산내면 174건, 월성동 152건, 황오동 128건 등으로 집계됐다. 지진 진앙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았다.
감포읍이 4건으로 가장 적었으며, 양북면 10건, 강동면 16건, 양남면 21건, 서면 33건 등으로 피해가 접수됐다. 자연재해대책법 상 사유시설 지원기준에 포함을 검토 중인 한옥지붕파손과 건물균열 피해는 읍면동별 피해 건수와 차이를 보였다.
지붕파손의 경우 전통한옥이 집중돼있는 황남동이 48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내남면 333건, 외동읍 220건, 불국동 195건, 선도동 167건, 월성동 98건, 건천읍 79건, 산내면 58건 등으로 집계됐다.
건물균열은 내남면이 3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동읍 94건, 성건동 70건, 황오동 56건, 불국동 55건 등으로 접수됐다.
이외에도 담장파손은 총 747건 중 내남면 212건, 물탱크 파손 총 64건 중 성건동 17건, 차량파손도 성건동이 총 45건 가운데 25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여진으로 문화재 피해 갈수록 늘어
지난 12일 5.8 규모의 강진에 이어 19일 규모 4.5의 강한 여진으로 문화재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12일 지진으로 북쪽으로 2cm 더 기울고, 상부 정자석이 모서리가 5cm 벌어졌던 첨성대(국보 제31호)는 19일 여진 이후 또다시 북쪽으로 3.8㎝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는 국가지정문화재 33곳, 도지정 24곳, 비지정 1곳 등 모두 58곳이다.
다보탑(국보 제20호)은 상층부 난간석이 내려앉았고 불국사 대웅전 지붕과 용마루 등이 일부 파손됐다.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제30호)과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제833호)은 실금이 나타났고 양동마을 독락당(보물 제413호)은 담 기와가 부서졌다.
단석산 마애불(국보 제199호)의 보호각 지지대 하부에 균열이 생겼고 이견대(사적 제159호)와 오릉(사적 제172호)담장 기와가 훼손됐다.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은 불상 지반이 침하했고 창림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867호)은 옥개석이 일부 떨어졌다.
경주시는 문화재 복구에 최소 53억1000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진에 이어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많은 양이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데다 강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 문화재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학여행 취소, 관광객 감소 등 관광업계 타격
9.12 지진에 이어 계속되는 여진으로 경주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가을 수학여행철을 맞아 경주로 수학여행을 예약했던 전국 학교들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지를 변경하거나 검토 중인 학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국사숙박단지 등 경주지역 관광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불국사숙박단지의 9월 수학여행은 모두 취소된 상태다. 19일 하루 동안만 전국 10여 개 학교에서 예약취소를 통보해 왔다. 특히 교육부가 전국 일선 교육청에 ‘경주지역 수학여행을 심사숙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내면서 각급 학교들은 경주로의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9일 경주로 수행여행을 계획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취소했다. 21일 경주를 찾을 예정이던 서울의 다른 2개 초등학교도 취소 또는 행선지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충북·강원 등지에서도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호텔, 콘도 등 숙박시설 예약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20일 경북관광공사에 따르면 보문관광단지 내 호텔, 콘도 등 숙박업소 9곳의 객실 취소율이 15% 가량으로 집계됐다. 또 경주 시내 펜션, 민박 등 숙박업소들도 전체 8000여 개 객실 가운데 현재까지 파악된 취소율만 20% 가량이나 된다.
특히 기존 예약 취소 뿐만 아니라 다음달 신규 예약도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경주지역 관광업계의 손실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에는 매년 7만명 넘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다녀가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과 홍보를 건의하고, 전국 교육청에 공문 및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월성원전 1~4호기 정밀점검위해 중단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9일 오후 8시 33분 경주 남남서쪽 11km 지점에서 규모 4.5, 21일 오전 11시 53분 경주 남남서쪽 10㎞ 지점에서 규모 3.5 여진이 발생했으나 월성원전을 비롯한 국내 원자력발전소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진은 월성본부 내 설치된 일부 지진감지기에 감지됐으며 구조물·계통 및 기기의 건전성을 확인 중에 있다.
이에 앞서 월성원전 1∼4호기는 지난 12일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뒤 정밀수동으로 정지했다. 한수원은 그동안 월성 1∼4호기에 정밀 안전점검을 했으며 이에 대한 규제기관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이번 지진으로 월성1~4호기는 발전소 설비이상 및 위험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안전운전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안전 최우선 원칙’과 ‘철저한 예방점검’ 차원에서 절차서에 따라 수동으로 정지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방폐장 6차례 현장 확인 ‘지진피해 없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사장 이종인)은 지진 발생 이후 6차례에 걸친 현장 확인 결과 중저준위 방폐장 동굴 처분시설과 지상지원시설, 배수펌프 등 주요 시설물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지진 발생 직후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즉시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관련 직원을 소집해 12일 3차례, 13일 3차례 등 총 6차례 현장 확인과 정밀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이를 유관기관, 언론, 지역주민 등에 알렸다.
13일에는 우태희 산업부2차관,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비롯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하태경, 문진국(새누리당), 오세정, 신용현 국회의원(국민의당) 등이 방폐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철저한 안전관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