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복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고위급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직후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지진 피해 조사가 끝나야 (선포)하는데 거의 마지막 단계”라며 “물리적 절차를 빼놓고는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바로 완전복구 절차에 들어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경주를 정상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청은 이 밖에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정비와 예산 증액을 하기로 했다. 특히 지진 전문가와 계측 설비 확충 예산을 대폭 늘리고 지진 발생 시 행동 지침을 대폭 보완하기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은 대형 사고나 재난을 당해 정부차원의 사고수습이 필요한 지역에 선포되는 것으로 응급대책 및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의 특별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피해수습과 복구를 위한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별지방교부금 등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며, 세금 면제 등 금융 혜택과 의료인력 지원 등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피해 주민에게는 보험료 30∼50%, 통신요금 1만2500원, 주택용 전기료 100%, 도시가스 1개월 감면 등 혜택을 준다. 복구자금 융자도 연리 1.5%로 해준다. 홍수나 태풍 등으로가 아닌 지진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은 경주가 처음이다.
-사유시설 지진피해 지원금 ‘기대 이하’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됐지만 ‘자연재해대책법상 재난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사유시설은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있더라도 재난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사유시설의 경우 경주시나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 또 재난기준에 포함되더라도 지원받는 금액이 주택 전파인 경우 900만원, 반파는 45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돼 실제 복구비용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경주시가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도 지원기준과 금액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주시는 지진 발생 이후 경주를 방문한 각급 정부부처 장관들에게 한옥지구 기와지붕 교체금액 70% 수준의 지원을 건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원여부는 미지수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현재 경주지역 내 사유재산 피해접수 건수는 4011건, 피해금액은 74억82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공공시설물은 문화재 50건을 포함해 총 94건, 32억17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조사 결과 사유시설 피해접수 4011건 가운데 998건은 대부분 담장 및 유리파손, 내장재 탈락 등으로, 자연재해대책법 사유시설 피해지원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또한 건물균열 990건과 지붕파손 2023건 등 총 3013건에 대해서도 향후 정확한 피해조사가 이뤄지면 지원대상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및 실종은 세대주 1000만원, 세대원 500만원을 지원하고, 부상의 경우는 장해등급 7급 이상에 해당될 경우 세대주 500만원 세대원 250만원을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으로 경주지역 내 부상을 입고 입원한 6명의 환자는 대다수 골절 등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유시설에 대해서는 주택피해의 경우에만 전파·유실 900만원, 반파 450만원, 침수는 100만원을 지원하도록 돼있다.
‘전파’는 기둥, 벽체, 지붕 등의 주요 구조부가 50% 이상 파손돼 ‘개축’하지 않고는 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이며, ‘반파’는 주요 구조부 50% 이상 파손으로 ‘수리’하지 않고는 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18일 현재 경주지역 내 피해를 입은 주택 중 지원을 받게 될 곳은 전파 4건, 반파 9건 등 총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옥기와 파손은 황남동 등지에서 총 2023건의 피해가 접수돼 전체 피해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를 감안해 정부와 경주시는 자연재해대책법 사유시설 피해지원기준에 없었던 지진으로 인한 한옥기와 파손과 벽체 균열 등을 지원기준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규정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진 피해에 대해서는 자연재난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이 마련되면 지진 발생으로 인해 주택 건물이 육안상 상당부분 균열이 발생했을 때 100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옥 지붕파손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기와 전체교체가 필요할 경우 주택의 반파와 동일한 450만원, 기와지붕의 50~30여% 가량 파손됐을 경우에는 1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경주지역 전역에서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재해대책법상의 규정으로 모든 피해주택에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한옥기와 지원금 확대 등 정부에 피해지원과 관련한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도 규정 외 사유재산피해 ‘지원 없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피해가 30억원 이상인 재난지역의 복구비 부담 중 사유시설은 국비와 지방비가 70대 30이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국비가 85%로 늘어나고 지방비는 15%로 감소해 지자체의 부담은 덜지만 자연재해대책법상 규정해놓은 사유시설 지원기준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즉 현행법상 정한 주택 등이 지원대상이고 나머지는 개인보험을 들어놔야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지진으로 자동차 등 개인 사유재산 피해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에 대한 수리·보수에 대해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