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음반 산업은 디지털화가 가속되며 혁명과도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음반의 발매 방식과 유통 양식의 변화이다. 흔히 음반은 정규 앨범과 미니 앨범 등으로 분류된다. 정규 앨범은 대체로 10곡 전후의 트랙이 수록된 앨범을 말하고, 미니 앨범은 2곡에서 5곡 사이의 곡이 수록된 앨범을 의미하며 ‘EP(Extended Play)’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일부 문예부 기자들에 의해 이름 붙여졌던 싱글앨범은 잘못된 표현법이다. 미니 앨범과 싱글을 아우르는 ‘리드 싱글’은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다. 리드 싱글은 보통 가수나 뮤지션이 정규 음반을 발매하기 이전에 수록 예정인 곡 가운데, 가장 먼저 대중에게 공개하는 노래를 의미한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리드 싱글은 발매 예정인 앨범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을 미리 유도하고, 판매로 직결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앨범은 ‘선(先) 싱글 후(後) 정규 앨범’의 수순을 따른다. 이는 영국과 미국, 일본 음반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어 왔던 음반 산업의 주요 방식이었다. 일례로 일본 그룹 비즈(B’z)는 리드 싱글 방식을 토대로 한 마케팅으로 7천 9백만 장이 넘는 싱글+정규 앨범의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역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정규 앨범 발매 이전에 리드 싱글을 공개하는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했고, 디지털이 가속화된 즈음에는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 음원을 선별해서 유통시키는 경우도 많다. 또한 굳이 음반 발매를 목적으로 두지 않는 가운데, 디지털 싱글이나 디지털 앨범으로 유통되는 맥도 갖추게 되었다. 음반과 음원의 수요층인 대중의 입장에서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은 비용적인 부담과 자신이 좋아하는 곡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소속 없이 활동하거나 인디 신에서 층을 다지고 있는 다수의 뮤지션들도 제작비의 부담감을 덜고, 대중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음반 기획사와 음반사인 YG와 JYP, SM 등도 기존 제작유통 시스템의 틀을 깨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신인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을 적절하게 활용해 나왔다.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제작 사례로 현재 국내에서 발표되고 유통되는 대개의 음악은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의 범주 안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음악 분야가 미니 앨범과 리드 싱글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달리 재즈 등의 특정 장르에서는 아직까지 리드 싱글 개념의 앨범은 쉽게 마주할 수 없다. 이는 마니아를 위주로 형성된 몇몇 장르가 갖는 특징적인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때문에 밀집된 마니아에 국한된 음악과 장르일수록 아직까지는 앨범 위주의 제작과 유통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음반 시장이 음원 시장으로 전환되어 성장한지 오래 되었고, 오프라인의 앨범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진 현실에서 특정 장르가 고수하는 기존 제작 유통 방식은 서서히 뮤지션들 스스로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해서 디지털화를 통해 더욱 진화되고 있는 음반 산업의 현장에서 특정 장르의 음악이 “소위 ‘대박’ 앨범이나 대중성을 가진 뮤지션을 크게 양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싱글 앨범과 리드 싱글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 역시 부각되고 있다. 제작자와 뮤지션의 성공은 대중의 기호에 더욱 세밀하게 맞춰진 새로운 음반 제작 방식을 누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 고종석은? 현재 고음질 음악서비스 사이트인 그루버스의 콘텐츠&마케팅 사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여성가족부 청소년유해매체물 음악분야 심의분과위원, 월간 재즈 피플(Jazz People), 파라노이드(Paranoid), 벅스(Bugs) 스페셜, 음악취향Y 등에서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음악 산업과 관련해서 음반사 인디(INDiE), 뮤직디자인, 갑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했으며, SBS와 서울음반 등에서 음원 유통과 DB구축, 마케팅을 담당했다. 음악평론에 관련해서 월간 록킷(ROCKiT) 편집장을 거쳐 서브(Sub), 핫 뮤직(Hot Music), GMV, 오이 뮤직(Oi Music), 씨네 21 등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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