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난자는 난관에서 만나 수정란을 이루며, 수정란은 자궁벽까지 이동하여 안착하게 된다. 자궁의 가장 큰 기능이라면 이 수정란이 그로부터 280일 후 분만에 이를 때까지 태아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일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바로 자궁이 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기능이라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다시 얇아지는 주기를 가지고 있기에, 여성의 정기적인 생리 주기를 만들어주는 일이겠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벽을 두껍게 해주고, 프로게스테론은 그 두꺼워진 자궁벽에 혈관을 발달시켜준다.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했을 때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그런데 이 때 수정란이 착상하지 못하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양이 급속히 줄어들게 되어 두꺼워진 자궁벽이 갑자기 허물어지고 외부로 배출되는데, 이를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리혈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에는 히스테리라는 용어가 있다. 신경증을 나타내는 뜻을 갖기도 하는데,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감정의 기복이 큰 상태를 지칭한다. 그 감정의 기복이 마치 생리혈처럼 주기적으로 일어나서였을까? 신경증을 가리키는 히스테리라는 용어는 자궁에서 나왔다. 자궁의 그리스어가 바로 ‘hysterai’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접하는 용어가 바로 노처녀 히스테리인데, 아마 그리스인들은 여자가 결혼이 늦어져 생기는 앙칼진 성격의 기복을 뱃속에 있는 자궁이 주기적으로 요동을 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 듯하다. 근거 없는 내용이지만,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여자들의 성격에 기복이 큰 이유가, 남자에게는 없는 여성 호르몬의 주기적인 분비와 이에 영향을 받는 자궁이 조금이나마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자궁의 기능이 출산 전 태아를 배양하고 분만하는 역할이라면 혹시 생리가 끝나고 임신의 가능성이 없는 폐경기 여성은 자궁이 쓸모가 없으니 제거해도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자궁의 기능들 중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을 수 있으니, 자궁 근종과 같은 질병이 생기지 않는 한 정상적인 자궁을 일부러 제거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자궁은 굉장히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장기다. 평소에는 주먹만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임신 말기에는 무려 30배가 넘게 커진다. 현대 과학의 어떠한 탄성력이 높은 물질도 자궁처럼 늘어나기는 어렵다. 임신과 출산에 커다란 영향을 발휘하는 장기여서일까?
여성들은 자궁에 대한 심리적인 의존도 적지 않은 편이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은연중에 사용하는 ‘자궁이 답답하다’는 표현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지금보다 의학의 발전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진 미래, 인공 자궁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찬란한 발전을 이룬다면, 그건 마치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신의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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