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이미 싸 놓았고, 분명 어딘가에 치워야 하는데 아무도 받아주는 이가 없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이처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 꼴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가동 이후 38년 만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의 반핵 역사는 핵폐기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사회는 홍역을 앓았다. 울진ㆍ영덕, 안면도, 굴업도, 부안, 경주를 거쳐 지난 2005년 11월 2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경주시가 70.8%의 투표율에 찬성율 89.5%로 유치했다.
19년간 표류했던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국민분열(경주와 군산 간의 혹독한 지역감정 유발)과 지역갈등(감포, 양남, 양북과 시내지역 간의 한수원 본사 위치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10년 전에 방폐장(핵폐기장)을 경주시민들이 유치한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다. 24년간 노상에 방치된 월성원전에 임시저장 되어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을 2016년까지 해결해 준다고 확언하고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관련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법에 명문화 했기에 경주시민 10명중 9명이 찬성을 했던 것이다.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3대 국책사업과 3천억 현금지원, 유치지역지원사업)라는 사탕발림도 있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엄청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1만년의 인류역사를 지닌 인간 사회가 10만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25일 야당 국회의원(유승희, 최명길, 김경진, 노회찬)주최로 국회에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가 해법인가?’라는 토론회가 있었다. 발제를 맡은 강정민 박사(미국 NRDC 원자력분과 선임연구위원)는 “원자력발전소의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방안으로 한국 원자력계가 추진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재처리) 사업은 4대강에 맞먹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처리과정에서 독성 방사능 누출 우려 등 새로운 위험을 가중 시킬 것이라면서 파이로 프로세싱과 고속로 사업을 반대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추진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고온,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내는 기술)용융염이용과 고속로가 사용후핵연료 폐기물 절감이나 비용 측면에서 올바른 해법인지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이처럼 고독성의 세슘과 스트론튬 방사능누출 우려와 고비용으로 문제가 많은 시설을 우리 경주가 제2원자력연구원 또는 원자력과학단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파이로 프로세싱과 고속로 연구 시설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으니 심히 걱정이 앞선다. 절대로 유치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정부안을 발표한 후 공개적인 의견수렴의 장은 딱 한 번 6월 17일 서울에서 공청회가 있었지만 영광ㆍ경주ㆍ영덕 등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단상 점거로 열리지 못했다. 그 후 7월 25일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 전략’을 정부(안)으로 심의ㆍ확정하고 현재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8.11(목)~9.19(월)까지 입법예고 되어 있고, 10월에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사드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공통점이 있다. 성주군민과 경주시민의 의견을 안 물어 본다는 것이다. 엄청난 사안이 최종 결정되는데도 국민들과 지역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 모르고 언론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기는 하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독재시절의 관행처럼 밀어붙이기식 국책사업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안보와 전기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부와 지역주민들 간의 대화와 소통, 투명성과 원칙이 항상 문제다. 정말 국민을 “개돼지라서” 안 물어(의견수렴)보고 돈으로 수용성을 살려고 하는가?
2014년 말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약 1 만4000톤이 발생했다. 사용후핵연료는 25기 원전에서 매년 약 750톤이 발생하며 경수로(21기)약 350톤, 경주에 있는 중수로(4기)에서 약 400톤이 발생된다. 현재의 경수로 원전을 2100년까지 계속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약 9만톤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준위핵폐기물의 건식저장 시설인 월성원전의 맥스터 임시저장 시설이 2019년에 포화된다고 정부와 한수원은 국민들과 경주시민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임시저장 시설이 중간저장 시설이 되고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영구저장시설로 전용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경주시(보관세에만 관심 많다)와 경주시의회는 고준위핵폐기물과 관련해서 어떤 생각과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월성원전 노상(안전과 방호시설 부재)에 24년간 임시저장으로 방치하고 있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결의문, 성명서, 언론 보도문 하나 발표하면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지, 지금쯤 월성원전 앞에서 머리 깎고 단식 농성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2016년(4개월 밖에 안 남았다)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들고 나간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투쟁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