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간단한 채비를 차리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산 밑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길을 오르는데 솔숲을 지나는 바람이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다. 요즈음 우리는 바람의 세기를 초속 몇m로 나타내지만 우리 조상들은 솔숲을 지나는 바람을 세기와 소리 그리고 느낌에 따라 구분했다. 솔솔 부는 솔바람을 슬성(瑟聲), 솔잎을 스치는 잔잔한 바람은 송운(松韻), 약한 바람이 솔잎을 스치는 ‘쉬이익’ 소리는 퉁소 소리와 같아 송뢰(松籟), 조금 센 바람에 솔잎이 스치는 ‘솨아’ 소리는 파도 소리에 비유해 송도(松濤)라 했다. 지금 부는 바람은 송운이다.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솔바람 소리에 장단을 맞추다보니 잠깐 사이 백률사에 이른다. 대웅전 뒤 삼성각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10여 분 쯤 올라가니 금강산 정상에 이른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 뒤로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50여 m 가량 내려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5시 방향 갈림길이 나타난다. 방향을 바꾸지 않고 바로 내려가면 왼쪽으로 큰 바위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에 이르게 된다. 경주 부근의 큰 바위에는 거의 예외 없이 불상에 조각되어 있다. 특히 남산에 있는 거의 모든 커다란 바위에는 그 크기와 형태에 맞게 다양한 선각, 부조, 환조의 불상을 조성하였다. 이곳 금강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알려진 것만도 6곳에 이르고 있다. 산의 규모를 고려하면 조성되어 있는 불상의 숫자에서 남산에 뒤지지 않는다. 이 불상은 백률사 위쪽의 금강산 정상 부근에 있는 높이 3.4m, 너비 4.9m 크기의 바위 동북향 면에 새겨져 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9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정식 명칭은 경주 동천동 마애삼존불좌상이다. 불상의 높이는 가운데 본존불이 3m, 좌협시보살이 2.35m, 우협시보살이 2.3m이다. 삼존의 얼굴 부분만 부조로 표현하고 나머지는 선각으로 처리하였는데, 조각이 얕은데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풍화가 심해 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다. 본존은 나발이 아닌 민머리에 살이 쪄서 비만한 모습이다. 네모난 얼굴은 한 줄의 선으로 표현하고 긴 두 눈의 눈초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 있다. 육계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고, 윤곽이 불분명한 두 귀가 지나치게 커서 마치 모자를 쓴 듯 어색하지만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다. 머리 둘레에는 두광을 이중의 원으로 표현하였다. 법의는 통견인데 왼쪽 어깨에서 내려오는 옷자락은 가사 끈으로 묶어 드리웠으며 가슴 사이로는 비스듬히 새겨진 내의의 윤곽이 보인다. 우람한 양 무릎 위로 대의 자락이 유려하게 흘러 내렸다. 양팔은 마멸이 심해 수인이 불분명하나 왼손은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은 위로 들어 올린 것 같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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