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힘든 시기를 버티는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노래방을 이용하는 타입. 깜깜한 노래방에서 남 전혀 신경 안 쓰고 혼자 악을 써가며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다. 목이 쉬이 상하는 단점이 있겠지만 노래방 사장님만 잘 만나면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주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타입도 있다. 의외로 연약해 보이는 여자분들이 잘 사용하는 방식이다. ‘불’자만 들어가면 족발도 갈비찜도 ‘빨~간’ 불갈비찜으로 변신, 사람 속을 확 뒤집어 놓는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먹다가 보면 오히려 후련해지는 그 맛으로 먹는다고들 하니, 매운 음식도 스트레스에는 아주 효과적이다. 필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학생 하나가 보내 준 유투브 영상을 본다. 러시아 꼬마애가 사과를 먹는 영상이다. 사과 한 알을 귀여운 손으로 들더니 사각사각 앞 이빨로 갉아먹는다. 점점 얼굴이 빨게 진다. 슬쩍 눈을 만지더니 이내 거친 숨을 쉬며 사과를 먹는다. 알고 보니 사과처럼 생긴 양파다. 생 양파를 그것도 울면서 야멸치게 먹어대는 녀석(제목도 ‘상남자 양파 먹는 법’인가 그랬다)을 보다보면 스트레스가 봄눈 녹듯 없어진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인 것 같은데, 이선균이라는 연예인이 친구 코를 집게로 막고는 양파를 먹이는 TV 광고가 있었다. 친구가 맵지도 않고 냄새도 잘 익은 사과 같다고 했나 그랬더니 이선균이 집게를 푼다. 양파 냄새를 맡게 된 친구는 기겁을 하는 내용의 광고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우리는 맛을 잘 모른다고 한다. 눈을 가린 채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면 그 맛을 구분하지 못 한다고 한다. 직접 실험들 해보셔도 좋겠다. 정말이다. 심지어 소믈리에 같은 맛의 전문가들도 그렇다고 하니 신기하다. 실제 프랑스에서 있었던 실험이다. 브로쉐(Brochet)라는 사람은 2001년 10만 건 이상의 와인 전문가들의 와인에 대한 평가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컴퓨터로 그 내용을 잘 분석하여 와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와인 맛 테스트를 해 본 것이다. 와인 전문가들이 평가한 맛을 기준으로 와인 전문가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최상품으로 평가한 와인을 하품이라 하는 등 소위 전문가들의 평가가 일관성이 없었음을 밝혀냈다. 와인 한 모금으로 생산 연도와 지역까지 맞히는 그들을 대상으로 화이트 와인에 빨간 색소를 섞어 만든 레드 와인(?)을 소믈리에들에게 제공했더니 맛의 밀도가 높다느니, 입 안 강렬한 맛이 감돈다느니 하더란다. 아예 병을 바꿔 실험을 이어간다. 중급의 와인을 최고급 와인 병에 담아 52명의 소믈레에에게 평가를 부탁했더니 ‘고급은 역시 그 이름값을 한다’, ‘기막힌 밸런스의 완벽한 맛’이라는 평가가 난무한다. 싸구려 병에 든 진짜 명품 와인은 마시다 말고 ‘풍미가 약하고 너무 가벼운’, ‘뭔가 부족한’ 등의 혹평을 내렸단다. 전문가만 그런 게 아니다. 텔레비전에 맛있다고 광고하는 델 가보면, 사실 맛집의 기준은 도대체 뭔가 고민할 때가 있다. ‘내 입 맛이 이상한가?’ 의심이 들어 같이 줄 섰던 사람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그렇단다. 우리는 맛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 하고 맛도 지극히 상대적이다. 그런데도 어딜 가나 맛집은 따로 있고, TV에서는 갈비탕 한 그릇에 두 그릇 분량의 평가를 내리는 맛 전문가도 너무 많다. 러시아 꼬마는 ‘상남자’라서 양파는 그저 좀 매운 사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를 쥔다거나 하는 식으로 양파라는 선입견만 없애면 양파에서 사과 맛을 느낄 정도로 우리 입맛은 믿을 게 못 된다. 더운 여름날 수박에 죽염을 살짝 얹어 먹어보자. 짜기는 커녕 수박이 너무 달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 눈으로 코로 입으로 목구멍으로 온 몸으로 느끼는 공감각적인 예술이다. 말이 나온 김에 예술(?) 하나 소개한다. 우리 입맛이 얼마나 아방가르드 하냐 하면, 오렌지 주스에 포카리*웨트를 집어넣으면 망고 주스 맛이 난다. 거기에다 흰 우유를 섞으면 바나나 맛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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