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 실린 저 문구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김구 선생이 강조했던 문화강성대국으로서의 비전이었다.
역사는 문화를 동반하며 기록되고 기억되어 나온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의미하며, 이를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사물이나 현상을 의미한다. 문화는 특정 계층이나 계급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국민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가치의 영역을 지닌다. K-POP이나 한류와 같은 음악적인 주제에서도 문화의 주인공은 대중을 겨냥하고 대중이 그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대중음악’이라 부른다.
1979년 유네스코를 통해서 아시아 3대 유적으로 지정된 경주는 역사는 물론 긴 세월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주에는 해마다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을 이루고 있다. 1971년 정부에서 경주관광개발계획을 확정한 이후부터 여러 단계를 거치며 성장해 온 관광도시 경주는 1979년 4월에 이르러 관광단지로 정식 개장했다. 이후 경주는 신라의 역사적 전통과 최첨단의 현대적 시설이 조화를 이뤘으며, 전 지역이 온천지구 및 관광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더해서 경주는 1980년대부터 중고생들의 주요 수학여행지로 각광을 받았고, 최근에는 가족 단위 방문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경주를 대표했던 관광지가 역사적인 장소에서 문화적인 공간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G20국가 가운데 자국의 대중음악과 관련된 박물관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그러던 2015년 4월 25일 경주 관광지의 중심이라 할 만한 보문단지 사거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음악 관련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관장 유충희)으로 명칭을 부여해서 개관했던 첫 날,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8000명에 육박했다. 박물관과 경주시청, 경주관광개발공사의 관계자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이 날의 관람 홍수는 대중음악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케 했다. 급기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대중문화와 관련된 사설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월에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면서 전시물의 전문성과 기획력까지 인정받았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층당 330평에 이르는 규모에 총 4개 층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야외에는 700평 규모의 전문공연장까지 자리하고 있다.
개관과 동시에 경주는 물론 한국을 상징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2016년 봄을 지나면서 적잖은 변화와 쇄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전문성과 기획력이 중심이 되었던 경영방침은 올 해 초부터 관람객 유치에 집중되고 있다. 개관 초기에 불었던 수많은 관광객들의 관람 열풍이 서서히 식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말은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경주를 상징하는 관광명소가 되었음에도 여러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3층 시청각실에서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대중음악과 관련해서 자체 제작한 동영상이 방영된다. 이 영상물의 마지막 장면에는 글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김구 선생의 ‘소원’이 자막으로 흐른다.
모든 문화의 주인공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에 의해 문화는 보다 넓게 변화를 가하며, 또한 보다 깊게 진화될 수 있다. 대중의 방문을 목말라하고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경주시의 큰 자랑거리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던 관계자들이 더 늦기 전에 이 곳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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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은?
현재 고품질 음악서비스 사이트인 그루버스의 콘텐츠&마케팅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여성가족부 청소년유해매체물 음악분야 심의분과위원, 월간 재즈 피플(Jazz People), 파라노이드(Paranoid), 벅스(Bugs) 스페셜, 음악취향Y 등에서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음악 산업과 관련해서 음반사 인디(INDiE), 뮤직디자인, 갑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했으며, SBS와 서울음반 등에서 음원 유통과 DB구축, 마케팅을 담당했다. 음악평론에 관련해서 월간 록킷(ROCKiT) 편집장을 거쳐 서브(Sub), 핫 뮤직(Hot Music), GMV, 오이 뮤직(Oi Music), 씨네 21 등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