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황남동을 배경으로 ‘참 좋은 시절’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었다. 드라마에서 비록 동네 모습이 어둡게 비춰졌지만, 그 내용은 따뜻하고 밝은 인간미를 그리고자하여 ‘참 좋은 시절’이라는 제목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이웃과 정을 나누며 좋은 시절을 보냈던 황남동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오랜 세월 규제를 받아 침체되었고, 그 결과 주거환경이 열악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좁은 골목과 낙후된 모습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 되지 못한다. 황남동은 동부사적지 일원과 도심지역의 매개지점에 위치하고 있지만, 황남동의 침체는 동부사적지 일원에 방문하는 관광객을 도심지역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동부사적지 일원은 연휴나 주말과 휴가철에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도심지역에는 한산한 것이 그 반증이다.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동부사적지에서 도심지역으로 관광객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간적 측면에서 매개지점인 황남동이 관광객을 유인할만한 매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1년 7월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여, 그 법률에 근거하여 2011년 2월에 수립된 고도보존계획에 의해 고도보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고도보존사업 일환으로 한옥형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비롯하여 고도 가로경관정비, 소공원조성, 커뮤니티주차장 조성 등 5개 사업에 2020년까지 10년간 총 555억 5000만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추진을 위한 항시적인 재원부족에 의해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사업의 실현이 미진한 상태이고, 사업 내용도 한옥형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도보존사업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주거환경개선 못지않게 시행되어야할 사업이 가로망정비다. 가로망정비는 포석로와 황남시장, 대릉원을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 정비, 황남동 일원의 골목정비, 포석로 전선지중화, 간판정비 등 경관개선, 대릉원 서편 담장 철거 등과 같은 사업이라고 하겠다. 황남동 일원의 가로망정비는 공간의 기능 변화를 유도하여 한옥주택 정비와 같은 공간의 부분적 요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즉 가로망정비가 시급한 것은 황남동의 입지적 특성을 살릴 수 있고, 시장논리에 의해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망정비와 더불어 황남동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기회가 황남초등학교 이전이다. 2019년 3월에 황남초등학교가 용황도시개발지구로 이전하게된 것을 계기로 이전부지 활용 방법에 따라 황남동 발전과 나아가 도심지역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황남초등학교 이전부지 활용방법에 대한 전제는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라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현재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 고도보존사업,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과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사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지원기능을 유치해야할 것이다. 그러한 기능으로 문화재수리인력양성센터, 한옥 R&D센터, 전통기술학교 등과 같은 사업을 공공부문에 의해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생활문화자원인력양성센터, 복합문화공간, 세계유산도시(OWHC) 국제교류센터 등을 조성하거나 민간자본에 의한 사업으로 토속주전시판매장, 갤러리 등과 같이 전시·판매기능을 도입하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 황남동이 참 좋은 시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피해를 받아 온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 우선이다.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쾌적하고 매력을 지닌 공간으로 변화할 때 관광객들도 찾게 되는 것이다. 경주를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황남동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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