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보다 여성스럽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이 바로 에스트로겐이다. 가임기 여성의 난소에서 만들어지기에, 가임기 여성은 어린 여자 아이들이나 갱년기에 접어든 폐경기 여성과는 차별되는 다른 모습들을 갖고 있다. 15세에서 폐경 전까지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분비되는 여성들은 목소리의 높이가 높고 가슴과 엉덩이 발육이 도드라지는 등의 체형의 곡선화가 이루어진다.
에스트로겐은 어떻게 이런 작용을 해내는 것일까? 에스트로겐은 자궁의 내벽을 두껍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또 젖가슴도 발육시킨다.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자는 가슴과 엉덩이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기에,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입해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여성의 호르몬 분비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생리 주기라고 표현한다. 대략 28일의 전체 주기에서 첫 번째 날부터 14일까지가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시기다. 14일째가 되는 날이 바로 배란일인데, 난자가 배란되어도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후부터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떨어진다.
여자인데, 가슴이 너무 작거나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를 발육시키기 위해 에스트로겐을 과다 복용하면 어떻게 될까? 위험천만이다. 에스트로겐을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공급해 버리면 체내의 자율 조절 능력에 손상이 올 테고, 그렇게 호르몬 분비에 대한 균형이 깨지면 조기 폐경이 올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에스트로겐의 정상적인 기능이 자궁의 내벽을 두껍게 만들고, 젖가슴 발육도 커지게 하는 이런 증식 기능은,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특징을 가진 암세포와도 흡사한 점이 있어, 에스트로겐의 과다 복용은 항상 자궁 내막암과 유방암의 발병률을 높일 위험성도 있다. 여성을 보다 여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에스트로겐의 기능이 과다하면 오히려 암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동전의 양면일까, 혹은 장미의 가시일까?
여성에게서만 나오는 또 다른 호르몬으로 프로게스테론이 있다. 다른 말로 임신 유지 호르몬이라고도 하는데, 평소에도 주기적으로 일정하게 분비되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그 양이 갑자기 증가하는 호르몬이다.
임신한 여성에게서는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지 않는다. 남자가 보기에 여자가 여성스럽고 성적 매력이 넘쳐나면 커다란 자극이 되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별다른 느낌이 없다. 소위 소 닭 보는 현상이 연출된다. 임신한 여자가 에스트로겐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도 있을까? 임신을 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여성스럽게 섹시하게 보이면 주위 남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테고, 그러면 임신을 이어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아마 임신한 여성이 에스트로겐 분비가 적어지는 이유도 진화론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임산부도 역시 성적 매력을 충분히 유지한다면 그만큼 임신을 지속시키기가 힘들어졌을 테고, 그렇게 되면 종의 생존이 위협받아 자연 선택적으로 소멸해 갔을 테니 말이다. 임신을 하는 쪽은 여성이지만, 임신은 인류 전체와 깊은 관련성을 지니니, 임신에 관한 연구는 여성에 관한 그것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김민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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