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내리쬐던 지난 22일 오후 5시 탑동(황남 13통) 탑리 4길의 박 모씨 주택. 이곳 마을 할머니 10여 명은 주택 마당 한켠에 자리를 깔고 앉아 윷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유례 없는 무더위 속에서도 마을에 경로당이나 쉼터 등이 없어 어르신들이 박씨 주택에 모여 함께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설화에 따르면 탑동은 신라 6촌의 한 곳인 사랑리 마을로 작은 우물터(알령정)에서 알령부인이 알에서 태어난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현재 탑동은 오릉 성역화 작업으로 인근 가구들을 이주시키고 오릉 사면이 높은 담으로 둘러 쌓여 마을 사람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그늘이 있는 오릉 내 알령정 주위로 가려면 주민등록증을 내보여야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고, 문을 닫는 오후 6시면 나가야 한다.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72명으로 이곳 마을 전체의 46.8%에 이르는 그야말로 초고령화 된 마을 중 하나다. 하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나 쉼터인 팔각정 하나 없어 이집 저집 떠돌며 오늘도 뜨거운 여름철을 보내고 있다.
김재명(84) 할머니는 “우리 동네에 하루 속히 경로당이 들어서서 동네 할머니들과 자주 만나 남은 세월동안 오붓한 시간들을 함께 보내고 싶은데 살아 생전 경로당 문턱을 넘어 볼 수는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월순(82) 할머니도 “다른 동네는 경로당이 있어 여름은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쐬고, 겨울은 따뜻한 난방이 나오는데, 게다가 황남동 건강마을시범사업으로 경로당에 방문해서 혈압도 봐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여러 사람들이 방문해 맛난 음식과 과일들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전혀 그런 혜택한번 못 보고 세월만 지나왔다”며 푸념했다.
또한 주민들은 탑동 13통에 알령노인정(경로당)을 만들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을이 아리랑의 주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신라 천년 왕가 시작의 구심점이 탑동이었다는 것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유적지인 오릉 바로 옆에 위치해 살아오면서 많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탑동마을을 지키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소망인 경로당이 건립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깊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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